(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국고채 50년물 입찰 결과가 예상 밖으로 부진을 보이자 기획재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재부 올해 1조원 내외에서 국고채 50년물을 발행할 계획을 이미 내놓았지만 수요 상황에 따라 발행량을 조절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23일 서울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채 50년물 흥행 부진은 향후 금리 상승을 예상한 보험사들의 실수요 미달에 원인이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2일 실시한 국고채 50년물(국고01500-6609) 경쟁입찰에서 2천190억원이 가중평균금리 2.225%에 낙찰됐다.

입찰에는 총 2천210억원이 응찰했다. 응찰금리는 1.900~2.240%에 분포했다.

애초 국고채 50년물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응하려는 보험사들의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실제로 입찰 대기 수요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주 들어서며 보험사들이 하나둘씩 입찰 대기 수요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입찰에 참여한 수요는 소액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유는 가격 요인이 컸다.

입찰 당일 오전 국고채 20년물과 30년물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국고채 50년물의 낙찰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경계감이 형성됐다.

낙찰금리 2.225%는 지난해 낙찰금리 1.574%보다 크게 높아졌지만 향후 미국의 금리상승 기조와 맞물려 서울채권시장도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수요를 위축시켰다.

채권 시장에서는 이미 올해 1조원 규모의 국고채 50년물을 발행한다는 계획이 나와있는 만큼 굳이 이번달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퍼졌다.

채권 시장 한 관계자는 "기재부가 1조원 규모를 발행한다고 공언했는데 지금 이 시기에 보험사들이 입찰에 참여할 이유는 크지 않다"며 "금리가 더 오른 후에 참여해 가격 메리트를 누리려 하는 움직임이 강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는 국고채 50년물이 실수요 위주로 적절한 금리에 낙찰됐다는 입장이지만 수요가 부진했다는 점에서 향후 발행 여건을 고민하고 있다.

수요가 없을 경우 굳이 1조원 규모의 발행총량을 다 채우지 않을 가능성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채권 시장에서는 기재부 1조원 규모 발행한다는 점을 너무 일찍 시장에 알려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기재부에서는 보험사들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며 "총 1조원 규모로 발행을 한다고 알려진 상황에서 먼저 3천억원을 발행하면 금리 조건이 좋을 때 입찰에 들어가려는 것이 수요자 입장에서는 당연할 결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기재부의 이번 50년물 발행은 향후 수요를 확인하는 차원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채권시장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수요가 적었다고 해도 지난해보다 금리가 높아진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향후 50년물을 추가로 발행할때 발행금리 형성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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