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출자전환 등 추가 자금 지원을 결정함에 따라 채권단에 포함된 일부 시중은행도 6천400억원 가량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23일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발표한 대우조선 지원방안에 따르면 국책은행, 시중은행과 회사채 채권자가 2조9천억원의 출자전환 등 강도 높은 채무 재조정에 성공해야 신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고 조건을 달았다. 국책은행 뿐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가 손실을 분담하라는 얘기다.

시중은행이 부담해야 할 대우조선해양 출자전환 대상은 무담보채권이다. 시중은행들은 보유한 무담보채권 7천원 가운데 80%인 5천800억원 가량은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5년 만기 연장 후 5년 분할상환하는 방안을 요구받았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KEB하나·농협·신한·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조6천592억원이다. 농협은행이 8천884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 7천144억원, 국민은행 5천129억원 순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천98억원, 2천337억원이다.

시중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 채권은 지난해 말 기준 대출, 수출입금융, 선수금환급보증(RG) 등 모두 1조9천억원에 이른다.

이들 시중은행은 지난해 대우조선 건전성 등급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하향 조정하고, 이미 대우조선 여신에 대해 3천600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쌓았다.

시중은행이 출자전환을 하게 되면 당장 손실이 날 가능성이 커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 출자전환은 부채를 지분로 바꾸는 방식이어서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금을 받아낼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요주의인 등급을 한 단계만 낮춰도 대우조선의 여신은 부실채권에 해당하는 '고정이하'로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충당금을 20% 이상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번 채무조정으로 시중은행이 약 6천400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농협은행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익스포저가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충당금 적립률도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농협의 여신은 대부분 RG여서 대우조선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형태로 가면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부실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재무안정성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충당금 추가 적립은 당기순익과 자기자본비율(BIS) 하락으로 이어진다. 충당금을 현 수준에서 2배로 쌓게되면 자산 건전성 및 자본 적정성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지원으로 시중은행의 BIS비율은 0.01~0.24%까지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대우조선 여신건전성분류에 대해 예외적용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고정 혹은 회수의문으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정부 방안, 가계부채 부실화 등에 따라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구조조정 추진이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책은행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시중은행도 그동안 구조조정으로 2조2천억원의 대우조선 여신 축소, 충당금 적립 등으로 충격을 흡수할 기반을 마련했다"며 "본격적인 채무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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