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영국과 EU뿐 아니라 중국, 미국, 일본 등 다른 주요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새로운 시장 개척과 정책적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EU학회,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금융센터는 23일 '브렉시트 협상과 EU의 전략적 선택 및 전망'이라는 주제로 공동 정책세미나를 열고 브렉시트가 EU의 경제·통합에 미칠 영향과 탈퇴 협상의 주요 쟁점, 우리나라의 향후 대응 방향 등을 논의했다.

김흥종 KIEP 선임연구위원은 '브렉시트의 경제적 파급영향과 시사점'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브렉시트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브렉시트는 단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으로 우리 경제 성장률에도 올해 0.1~0.5%, 내년 0.1~0.8% 만큼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했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올해 0.1~0.4%, 내년엔 0.1~0.7% 감소시킬 것으로 파악됐다.

브렉시트는 또 제3국의 대(對)영국 수출이 영향을 받고, 이에 따른 우리나라의 제3국 수출이 영향을 받는 간접적인 부정적 효과도 조장할 전망이다.

김 연구위원은 "제조업이 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보다 국내 부가가치 비율이 낮고 글로벌 가치사슬이 잘 구축돼있기 때문에 간접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간 경제관계를 약화시키는 대신 한국을 포함한 제3국엔 경제성장과 소비자 후생에서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김 연구위원은 "하드브렉시트는 우리 경제에 0.088%, 소프트브렉시트는 0.043%의 경제성장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드브렉시트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이 없는 경우와 비교하면 한-영 FTA 체결 시 하드브렉시트는 0.038%포인트, 소프트브렉시트는 0.037%포인트 우리 경제 성장률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위원은 "한-영 FTA는 우리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영국과 EU 간 탈퇴 협상 최종형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 국내 금융회사의 사업현황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브렉시트가 영국을 포함한 EU 역내에서 활동하는 국내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종합해 "단기적으로 브렉시트는 대영, 대EU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1차 금속, 자동차, 화학 등 핵심 수출상품에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기에 이 산업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정책 시사점을 제시했다.

그는 또 "영국과 EU 사이 관계보다 그들과 우리나라가 어떤 무역 특혜관계를 재설정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며 "미국과 영연방, 일본, 중국 등 영국과 주요 대외통상관계에 있는 국가들과 관계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EU 경제통합의 구조적 이슈와 대응방향'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국가·계층 간 소득 불균형 심화가 EU 내 경제통합을 저해한 핵심 요인이라며 브렉시트도 그에 따른 결과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김 팀장은 "EU가 이에 대응하려면 국가 간 단순 연합이 아닌 국가적 기능을 심화하는 동시에 독일 등 고소득 국가가 투자와 수입을 늘리고 영국의 단일시장 재접근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진우 한양대 교수는 '브렉시트 협상의 국제정치적 의미와 한국의 선택'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브렉시트에 따른 미국과 유럽 간 관계 변화에 주목했다.

최 교수는 "과거 영국이 미국과 EU 간 가교역할을 해왔지만, 브렉시트로 마찰이 심해질 수 있다"며 "특히 트럼프 집권으로 미국과 EU 사이 디커플링이 심화하면 국제 질서는 더욱 불안정해질 여지가 크다"며 "다자주의적 질서가 약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양자 관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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