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가격은 결국 표결이 연기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트럼프케어' 건강보험법안 관련 소식에 따라 출렁거렸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23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2bp 오른 2.418%에 거래됐다.

국채가는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0.2bp 밀린 1.250%를 나타냈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1.4bp 상승한 3.027%를 보였다.

국채가는 개장초 트럼프케어가 하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위기에 하락 출발했다가 오전에 예정된 트럼프 케어 관련 기자회견이 연기됐다는 소식에 반등하는 등 아침부터 오락가락했다.

트럼프케어는 '오바마케어'의 대체법안이며 이날 하원 표결 예정이었다.

최근 국채가는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등장했던 채권 매도, 주식과 달러 매수를 말하는 '트럼프 거래'가 되돌려지면서 올랐다.

트럼프 거래의 되돌림은 트럼프케어의 의회 통과가 안 될 경우 앞으로 감세와 인프라투자 확대 등 친성장정책 시행도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날 공화당 일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은 미 동부시간으로 오전 11시 30분에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오후 3시30분으로 연기했다.

이는 공화당이 트럼프케어의 하원 통과를 위해 필요한 찬성표를 아직 못 모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풀이됐다.

BMO캐피털마켓츠는 투자자들은 트럼프케어의 표결에 집중하고 있다며 최근 상황은 의회에서 통과할 정도의 찬성표를 모으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MO는 또 하원에서 표결됐더라도 상원에서도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시장은 그동안 공화당이 트럼프를 뒤따르고, 트럼프가 전형적인 공화당 대통령으로 행동하기를 기대해왔으나 아직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발표된 실업보험청구자수는 시장 예상 밖으로 늘어났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수가 1만5천명 늘어난 25만8천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는 24만명이었다.

지난 11일로 끝난 주의 실업보험청구자수는 당초 24만1천명에서 24만3천명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후 2월 신규주택판매가 7개월래 최고치를 보이면서 뉴욕증시가 반등하자 국채가가 오름폭을 줄이고 반락했다.

미 상무부는 2월 신규 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6.1% 증가한 연율 59만2천채(계절조정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WSJ 집계치는 56만3천채였다.

이자율 전략가들은 뉴욕증시가 오르면서 트럼프케어의 의회 통과에 대한 낙관론이 재반영됐다며 다만 최종 표결전까지 시장 심리는 오락가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린캐피털의 스코트 부츠타 헤드는 시장은 "워싱턴 정가에서 나오는 뉴스에 매우 민감할 것이다"며 "어떤 뉴스가 나오는가에 따라서 방향이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예상했다.

MUFG의 토마스 로스 디렉터는 트럼프케어가 의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감세와 인프라투자도 통과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일 수 있다며 이런 경우 "경제가 저성장에서 벗어난다는 희망이 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로스는 이는 위험자산에 대비 미 국채의 수요를 촉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략가는 트럼프 거래의 되돌림이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재정정책이 2018년에는 펼쳐지면서 성장과 채권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에버코어ISI의 스탠 쉬플리 선임 매니징 디렉터는 "세계 경제의 많은 역풍이 사라지고 있다"며 미 성장률이 감세와 인프라투자로 올해 2.5%, 2018년에 3%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쉬플리는 따라서 10년물 국채수익률도 3%를 넘어설 것이라며 이 정도는 역사적으로 매우 낮아서 주택시장을 크게 제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물가연동국채 입찰이 부진했던 데다 공화당 내 트럼프케어를 강경하게 반대하는 '프리덤 코커스'와 공화당 지도부간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는 소식에 다시 낙폭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프리덤 코커스는 트럼프케어가 아직도 상당 부분 오바마케어적인 요소들을 많이 담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하고 있다.

프리덤 코커스의 회장인 마크 매도우 의원은 오후 트럼프케어가 의회에서 통과할 충분한 표를 갖지 못했다며 하지만 대화는 지속할 것으로 밝혔다.

저스틴 아매쉬 의원은 "대화를 진행 중이지만 새로운 것이 없다"며 "새로운 양보도 없다"고 말했다.

중도파인 마크 아모데이 의원은 트위터에 논의는 끝났다며 "나는 반대"라고 썼다.

미국 재무부는 110억달러 어치의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를 연 0.466%에 발행했다.

입찰 수요 강도를 측정하는 응찰률은 2.23배로 작년 1월 이후 가장 낮았다.

해외 중앙은행 등 간접입찰자들의 낙찰률도 64.1%로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였다. 그러나 직접 낙찰자들의 낙찰률은 15.6%로 2013년 1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수요가 약했다며 트럼프케어의 의회 통과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리플레이션 거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리플레이션 거래는 물가 상승에 대비한 거래 기법이며 대표적으로 채권을 팔고 주식을 사거나, 일반 국채를 팔고 TIPS를 매수하는 형태다.

전문가들은 이날 하원 표결에서 트럼프케어가 통과되지 못한다면 물가 상승에 대한 금융시장의 베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10년 만기 일반 국채와 같은 만기 물가연동국채 수익률 차이(BER, breakeven rate)는 최근 1.97%포인트로 일주일 전의 2.04%포인트에서 내려앉았다.

이는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앞으로 10년간 물가가 1.97%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다는 의미다.

미 국채수익률 상승에 대한 시장의 베팅액도 줄었다.

TD증권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머니 매니저들은 지난 14일로 끝난 주에 890억달러의 국채선물 순매도 포지션을 쌓았다. 전주는 939억달러 순매도였다.

미 국채시장 마감가가 나온 뒤 트럼프케어 표결은 다음날로 연기됐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이 소식에 뉴욕증시는 약세로 마감했다.

백악관 대변인인 사라 샌더스는 표결은 다음 날인 24일 아침에 이뤄질 수 있다며 법안 통과에 매우 자신이 있지만 밤늦게 대통령이 의원들한테 전화를 거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결국 막판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가 반대파 설득에 나섰지만 법안을 통과시킬만한 안전한 찬성표 숫자를 못 채웠기 때문이라고 풀이됐다.

이날 연설에 나선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통화정책 관련 부분에는 침묵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주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을 포함해 올해 3~4번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경제가 지금 좋은 상황이고 성장세는 추세보다 약간 더 높은 모습이다"며 "총 3~4번의 기준금리 인상은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이 없다.

3월 FOMC에서 금리 인상에 반대표를 던졌던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미 고용시장에 일부 '슬랙'이 있으며 물가는 아직 연준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liber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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