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중국 금융시장에 새로운 불안이 조성되면서 2013년과 같은 신용경색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경고했다.

새로운 불안은 바로 양도성예금증서(CD)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CD는 은행이 단기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무기명 정기예금증서로 만기는 1개월에서 1년까지로 짧은 편이다.

최근 중국 당국이 은행들의 레버리지를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신용이 낮은 소형은행들은 CD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인민은행의 단기금리 인상에 CD금리도 빠르게 오르면서 은행들의 투자 손실과 신용경색 위험이 커지고 있다.

WSJ은 이는 2013년 신용경색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야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초상은행의 리우 동리앙 선임 애널리스트는 "CD는 많은 위험을 수반하며 적절히 관리되지 않으면 체계적인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들어 은행들은 CD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으며 발행은 대부분 중소형 은행들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은행들이 발행한 CD는 4조4천억 위안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5% 급증했다.

은행들은 이를 발행해 회사채나 다른 은행들이 발행한 투자상품 등 만기가 상대적으로 더 길고, 금리가 더 높은 상품에 투자한다.

CD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으며 담보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은행들에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들어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작년 10월 이전 AA 등급의 3년 만기 CD 평균 발행 금리는 2.90% 수준이었으나 최근 들어 4.72%까지 올라 일부는 AA 등급의 1년 만기 회사채 금리를 웃도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리우 애널리스트는 "발행 비용이 추가로 올라 투자 수익률을 웃돌면 채권을 처분하는 수밖에 없다"라며 "이는 이미 취약해진 채권시장에 추가적인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13년 은행들의 CD 발행을 처음 허용한 이후 2014년 8천990억 위안에 그쳤던 시장 규모는 빠르게 성장해 작년 발행액은 13조 위안을 돌파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중국 당국이 은행들의 또 다른 단기 자금조달 수단인 역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을 규제하는 가운데 나왔다.

작년 8월 역 RP 총 거래액은 역대 최고치인 59조8천억 위안까지 치솟았으나 올해 2월 35조8천억 위안으로 급감했다.

인민은행은 가장 인기를 끌었던 1일물과 7일물 RP 공급을 크게 줄이고 금리를 인상했으며 RP를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은행에서부터 증권사, 사모펀드 등이 RP를 이용해 최대 4~5배까지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면서 당국이 시장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RP 시장 제재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RP를 대체해 CD로 레버리지 투자를 활용하면서 위험이 CD 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

상하이 야오즈자산운용의 왕 밍 파트너는 "CD가 은행들의 레버리지를 확대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RP를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발행 비용이 오르면서 더 많은 은행이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신규 CD를 발행해야 한다는 압박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왕 파트너는 "차입 금리는 5%에 가까워지고 있으나 채권은 4%를 겨우 웃도는 수익을 낸다면 은행들은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돈을 다시 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어려움이 없더라도 CD와 채권 간의 만기 불일치로 은행들은 끊임없이 유동성 공백을 메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소형은행들의 CD 자금 상환에 대한 우려는 단기자금 시장의 압박이 커질수록 강화될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지난 21일 단기자금시장에 기준이 되는 7일물 RP 금리는 26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시 소규모 농촌 은행들이 은행 간 시장에서 대출을 갚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기금리가 급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디움 그룹에 따르면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CD 규모는 1조5천300억 위안이다.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에 따르면 미상환 CD의 절반가량이 2월에서 5월 사이에 만기가 도래한다.

문제는 한 은행이 CD를 롤오버하는 데 문제가 발생하거나 아니면 이를 만기에 갚지 못할 경우 단기자금시장에는 2013년과 같은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유동성 경색으로 7일물 RP 금리는 25%까지 치솟았다.

CICC 애널리스트들은 금리 상승이 CD 발행사들의 수익 마진을 축소하거나 투자 손실을 야기한다면 잠깐은 생존할 수 있더라도 "두 분기 이상 지속하면 많은 은행이 이에 대처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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