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수심이 더욱 깊어가고 있다.

1천3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의 해법은 보이지 않고, 기업구조조정은 여전히 우리 경제를 옥죄는 리스크가 되고 있다. 임 위원장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임 위원장은 최근 금융권 고위 인사를 만나 "남은 두 달이 참 어렵네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임 위원장을 만난 이 인사는 "어렵다, 힘들다 같은 말을 할 사람이 아닌데…"라며 매우 놀랐다고 했다. 저녁을 먹으며 나눈 가벼운 농담들도 공중에 흩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했다.

지난 23일은 임 위원장에게 고통스러운 날이었다. 불과 1년 5개월 만에 대우조선해양에 3조원에 이르는 혈세를 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발표하고,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유동성 지원 방안을 설명하는 브리핑 자리에서 임 위원장은 연신 마른 침을 삼켰다.

짧지만 정적도 있었다. 1년 5개월 만에 말을 바꾸고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책임에 대한 추궁이 거세지자 임 위원장은 "책임을 져야 한다면 내가 지는 게 맞다. 져야 할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올해로 공직 생활 36년째인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 문제를 세 번째 다루면서 이번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혈세 투입이라는 공무원으로서는 섣불리 내뱉기 힘든 정책을 발표해야 하는 것도 그렇고 이로 인해 쏟아지는 따가운 비판과 시선을 피하기도 힘들었다.

1천300조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질 때도 임 위원장은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부가 '빚을 내 집을 사라'면서 집값을 올려놓고, 그 과정에서 가계의 빚을 더욱 늘렸다는 지적이 거세질 때 임 위원장은 "절대 아니다"며 막아서야 했다.

최근에는 은행 대출을 막아놨더니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냉랭하다.

최순실 사태로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 논의가 있기 직전 임 위원장은 경제부총리 후보로 내정되면서 경제콘트롤타워의 수장이 될 뻔했다.

결국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정치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없던 일이 됐다.

가계부채와 구조조정 문제가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지만 임 위원장에 대한 비판은 거셀지언정 공격적인 비난은 없었다.

그를 잘 아는 공무원 선후배들은 안타깝다고 입을 모은다. 평생을 스마트한 엘리트 금융공무원으로 존경받으며 살아온 그가 정책 실패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모두 안고 가고 있어서다.

한 공무원 후배는 임 위원장의 축구 실력을 통해 그가 살아 온 궤적을 설명했다. 임 위원장이 속한 팀의 전략은 하나. "임종룡에게 패스해라"였다고 한다. 그러면 임 위원장은 어김없이 골을 넣었다고 한다.

임 위원장은 온화한 성품과는 달리 독한 워커홀릭이다. 일을 하나 마치기가 무섭게 숨돌릴 틈도 없이 다른 일을 찾아 하는 스타일이다. 하루 단 몇분도 허투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골을 넣지 못하는 임 위원장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서그를 안타깝게 보는 눈들도 많아지고 있다.

jsje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