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국내 주요 카드사의 절반가량이 올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를 맞이했다.

전업계 카드사 중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BC카드의 사장이 교체됐고, NH농협은행 산하 NH농협카드도 새 선장이 승선했다.

카드론 등 가계대출 규제와 미국 금리 인상, 조기 대선 등으로 올해 경영 여건이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 카드사의 새 수장들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에 카드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드사 CEO 인선 마무리…절반 새 얼굴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일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의 연임이 결정되면서 각 카드사의 CEO 선임이 마무리됐다.

올해 카드사 CEO 교체 폭은 예상보다 컸다. 우선 업계 1위 카드사인 신한카드의 위성호 전 사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영전하면서 임영진 사장이 새로 취임했다.

임 사장은 지난 1986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영업추진부장, 경기동부영업본부 본부장 등을 거쳐 금융지주 부사장을 지낸 정통 은행맨이다. 신한카드에서 처음으로 CEO에 올랐다.

롯데카드도 채정병 전 사장이 고령인 점 등의 이유로 세대교체가 단행됐고, 김창권 전 롯데자산개발 대표이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김 사장은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국책금융기관을 거쳐 모건스탠리프로퍼티즈코리아 등 투자은행(IB) 업계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회계법인 근무 경력도 보유한 등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폭 넓은 경험과 식견을 자랑한다.

BC카드는 서준희 전 사장 유임이 유력시됐지만, 일신상의 이유로 본인이 고사하면서 새 대표를 맞이했다. 올해부터는 채종진 사장이 이끌게 된다. 채 사장은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KT에 입사해 잔뼈가 굵은 IT분야 전문가다.

이밖에 NH농협은행 소속인 NH농협카드도 올해 1월 이인기 사장이 취임하는 등 4명의 카드사 수장이 바뀌었다.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과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유구현 우리카드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고,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은 올해 말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사주일가의 일원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을 제외하고 보면, 주요 카드사 대표 절반가량이 교체된 셈이다.

◇새 수장들 '험로' 예고…돌파구는 '디지털'

새로운 CEO가 대거 등판했지만, 카드업계는 폭풍 전야처럼 고요하다. 올해 경영 여건이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박근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5월 조기 대선이 실시되는 가운데, 유력 대선 후보들이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를 약속한 상황이다.

지난해 영세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이어 또 한차례 수수료가 인하되면 카드사들의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올해는 미국 금리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상승세인 만큼 오히려 가맹점 수수료도 올려야 할 상황이라 수수료 추가 인하가 현실화되면 카드사들이 받을 충격은 배가될 수 있다.

신용판매 수익 부진을 만회할 대안으로 지난해 카드사들이 카드대출(카드론) 확대에 집중했지만, 올해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정부는 카드사들에 카드론 증가율을 한자리대로 관리하라는 지침을 내린 데 이어 2개 이상 카드론을 사용하는 다중채무자 대상 대출에는 추가 충당금을 쌓도록 하는 등 규제도 강화했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조달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주요 수익원의 위축은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카드사의 새 수장들은 이에따라 전통 분야에서 벗어난 새 먹거리 발굴을 기치로 내걸었다.

롯데카드 김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내실 있게 성장하며 플라스틱 카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시대의 변화를 앞서나가는 모바일 카드사로 혁신을 이뤄내자"고 촉구했다.

신한카드 임 사장도 "디지털 퍼스트를 통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차별된 고객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신사업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생

각"이라고 경영 방향을 제시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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