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억 회사채 보유한 국민연금·우본·사학연금 반대 기류



(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정부가 제시한 대우조선해양의 조건부 지원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이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다.

채무조정안에 열쇠를 쥔 3대 연기금이 4월 중순께로 예정된 사채권자집회 개최 전 각각 위원회를 열어 출자 전환 등에 반대 입장을 정리할 경우 거세 후폭풍이 예상된다.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의 최악의 경우로 제시된 'P플랜'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은 전일 발표된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을 두고 내부 회의를 거듭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은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를 각각 3천800억원, 1천800억원, 1천억원 가량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전체 회사채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이들 셋 연기금의 입장에 따라 회사채 채무 조정안이 좌우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연기금 고위관계자는 "지금 돈을 더 집어넣으면 회생한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분식회계가 있었던 만큼 채권단 만기 연장에 3곳 연기금이 모두 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법정관리를 보내서 50%라도 희망적으로 건지자는 얘기마저 나온다"고 말했다.

반대 기류는 물론이고, 분식회계 당시 발행된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에 대한 소송도 거론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내년 3월 만기인 대우조선해양 회사채는 가장 먼저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며 "이미 분식회계를 한 상태에서 4천억원의 이익이 났다면서 회사채를 찍었고 한 달 뒤에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2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 회사채를 발행했다. 금융당국이 적발한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기간은 2008년부터 2016년 3월까지여서 모두 해당된다.

그는 "이번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거나 소송을 하지 않으면 연기금들의 '듀 딜리전스'에도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이날 강한 반대 기류를 보임에 따라 채무조정안 반대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강면욱 국민연금기금 CIO가 위법으로 발행된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의 채무연장에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CIO는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와 관련해 소송을 검토해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들 3곳의 연기금은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 찬, 반을 결정하기보다는 투자위원회, 자산운용위원회 등을 열어 반대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을 두고 기금운용본부 내부에서 결정한 뒤 후폭풍이 컸던 만큼,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로 결정을 돌린다는 방침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의 반대 의견이 확실하고, 특정대기업 회생을 위해 연기금이 동원됐다는 여론이 사실 현재 연기금들에는 가장 부담스러운 말이어서 투자위원회 역시 반대를 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를 상정해놓고 이후 P플랜까지 모든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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