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역대 정권의 경제 멘토 역할을 했던 학자들이 지지부진한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회초리를 들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알려진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국가미래연구원장) 등 10여 명의 교수들은 "현 상황을 방치할 경우 한국경제의 생존조차 보장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참여한 교수들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현 정부와 전 정부에서 핵심적인 경제정책을 다뤘던 인사들이 망라됐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은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포함됐고,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와 이명박 정부에서대통령실 정책실장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을 지낸 이원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참여했다.

이들은 "이분법적 진영논리로 대립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지식인의 도리가 아니라는 인식에서 우리의 우려를 공개 표명하기로 뜻을 모았고, 정부와 정치권의 진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조속히 확립하고, 구조조정 비용의 사회화와 이익의 사유화로 귀결되지 않아야 하며, 구조조정 재원은 재정과 공적자금, 양적 완화 등 비상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제시했다.

이들은 "한국사회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최근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표출된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부재와 관료들의 책임회피 성향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한국경제의 생존조차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성장ㆍ불확실성의 국제경제 환경과 점점 거세지는 중국의 위협 등을 고려할 때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분야는 몇몇 업종, 몇몇 기업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눈앞의 문제만을 미봉하는 태도를 버리고, 경제 현실을 엄정하게 진단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수립ㆍ집행하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조속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구조조정 과정이 '비용의 사회화와 이익의 사유화'로 귀결돼선 안 된다며 "부실에 책임이 있는 주체인 부실기업의 대주주와 경영진은 물론 국책은행과 청와대, 관련 정부부처에 대해 응분의 법률적 책임을 묻고 합당한 자구노력을 요구하는 법 제도와 관행을 확립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노동자 해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노력하되, 노조 역시 임금 삭감과 근로시간 단축 등의 자구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구조조정의 고통이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에 집중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 비용과 관련해서는 "국회검증을 수반하는 추경편성과 증세 등의 재정과 정부보증채권 발행 등을 통한 공적자금, 양적 완화 등의 비상수단을 강구할 수 있다"면서도 "국민부담인 만큼 최소비용의 원칙과 공평손실부담의 원칙이 엄격히 적용되도록 통제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부실기업 구조조정 방향이 재무적 관점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며 "국제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 진전 등을 고려한 산업구조 재편의 관점, 구조조정의 고통을 완충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구축의 관점 등에서 종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고, 현 정부와 전 정부에서 핵심적인 경제정책을 다뤘던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월 정기 모임을 열어 현안을 공부하고, 의견을 나눠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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