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옆집 삼촌처럼 편안한 리더십을 보여주며 '엉클조'라 불리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거 같다.

최근 조 회장이 전 계열사에 업계 1위 수성을 위한 강도 높은 혁신안을 주문하며 조직 내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 2020'으로 불리는 액션플랜을 통해 3년간 주어진 임기 동안 경영 성과를 가시화하고 리딩 금융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은 최근 전 계열사와 사업부문 별로 오는 2020년까지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담은 '비전 2020'을 수립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에 마련한 경영전략은 향후 3년간 달성 가능한 경영 목표와 새로운 사업부문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한 게 핵심이다.

경영전략의 연속성을 위해 그동안 강조해 온 따뜻한 금융이나 디지털, 글로벌 등의 핵심 키워드는 동일하게 가져간다.

다만 각 계열사와 그룹 내 사업부문은 구체적인 경영 목표를 수치화해 제시했다.

은행과 카드의 경우 전체 순익 중 해외 비중을 어느 정도까지 확대할 것인지, 증권은 지난해 시행한 자본확충을 바탕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어디까지 개선할 것인지, 은행과 증권은 새롭게 마련할 부동산 플랫폼으로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지, 보험은 연금 시장의 점유율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등이 그 예다.

지난 1월 말 신한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확정된 조 회장은 지난달 초 임원들과 상견례를 시작한 후 이런 행보를 본격화했다.

'비전 2020'에 대한 조 회장의 요구사항이 많아질수록 조직 내 긴장감은 커졌다. 친근한 이미지가 짙었던 조 회장이지만 대면 보고하러 다녀온 임원과 실무자 사이에서 '엉클 조는 없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새롭게 구축된 조용병 체제의 신한금융이 강도 높은 혁신안을 준비하는 것은 경쟁자인 KB금융의 추격이 턱밑까지 따라붙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KB금융은 지난 1월 말 주가가 4만6천원을 넘어서며 4년 만에 신한금융의 주가를 뛰어넘었다. 주식 수가 많은 신한금융이 시가총액에선 2조2천500억원 정도 앞서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올해 주식매각을 통해 일회성 수익 요인이 많은 KB금융이 실적을 바탕으로 시총까지 앞지르게 되면 신한금융은 처음으로 리딩 금융의 왕좌를 내주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최근 신한금융 최고경영자(CEO)들은 취임사를 통해 '초(超) 격차, 1등 계열사, 1등 사업부문'을 강조했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요구한 액션플랜은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된 지위를 보여줘야 한다는 게 핵심"이라며 "올해는 신한금융이 업계 선두의 자리를 지키는 중요한 시기라는 위기의식이 자리해 있다"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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