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건강보험 개혁 법안 '트럼프케어'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해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미국 경제 정책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달러화 약세 전망이 중론이지만, 위험회피(리스크오프)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과 미 정부의 달러 약세 전략에 차질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한 시중은행의 외환딜러는 27일 "지난주 후반까지 트럼프케어 의회 통과 여부를 두고 관망세가 짙었지만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방향성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원 환율 하락 쪽에 거는 것이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은 한차례 상정을 보류한 끝에 지난 24일(현지시간) 하원 전체회의에서 트럼프케어 처리를 시도하고자 했지만 당내 반대 의견에 못 이겨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표결 시도를 철회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발의한 1호 법안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던 만큼 후속 정부 정책에 미치는 영향도 클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재정정책도 공화당 내에서 충분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인상이 짙어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장 시장은 달러화 약세 쪽으로 반영했다. 지난밤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117.70원에 최종 호가돼 전거래일 서울환시 현물환 종가보다 4.45원 내렸다. 호가 저점은 1,114.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다른 시중은행 딜러는 "트럼프케어 표결 철회 자체로 달러 인덱스에 큰 충격은 없었지만 중장기적으로 미국 경제 정책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을 품게 만드는 사건"이라며 "최근 달러화가 하락세로 방향을 잡았던 것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리스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달러-엔 환율도 큰 폭으로 내려 110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정성윤 현대선물 연구원은 "달러-엔 환율이 110엔선이 무너지는 등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리스크오프로 작용하며 달러-원 환율에 하방 경직성을 지원할 가능성도 있지만 아무래도 달러화 방향성이 아래로 쏠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케어 철회로 미국의 경제 정책 전반이 지장을 받는다면 그동안 달러 약세를 유도했던 전략에 대해서도 재고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최근 달러화가 급락했던 것이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재확인하고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커진 점이 부각됐기 때문인데, 정책 불확실성이 커졌다면 달러 약세 전략도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경제도 수출이 회복세라지만 펀더멘털이 아주 좋은 상황은 아니어서 최근의 하락 폭이 과도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며 "리스크오프로 반응할 경우 급등 가능성이 상존하는 등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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