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매년 중국의 부호순위를 발표하는 후룬리스트가 최근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자수 성가한 여성 억만장자 순위를 발표했다.

25일(현지시간) 차이신에 따르면 자수성가형 여성 억만장자 1위는 자산 규모가 72억달러(8조원)인 중국의 천리화(陳麗華) 부화국제 회장이다.

리스트에서 1위부터 3위까지는 모두 중국 여성이 차지했고, 10위권 내에 6명이 이름을 올렸다. 전체 집계 대상인 88명 가운데서도 중국인은 56명에 달한다.

중국의 여성 억만장자를 대표하는 천리화는 '베이징의 부동산 여왕'이다. 천 회장은 베이징(北京)의 허름한 진바오 거리를 롤렉스와 람보르기니 매장이 들어선 호화 쇼핑 메카로 변신시켰다.

천 회장은 가구 수리 사업으로 시작해 현재의 위치에 오른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다.

가난하게 자란 천 회장은 1950년대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가구 수리 사업을 시작했다. 41세가 되던 1982년에 자산을 정리해 홍콩으로 떠났고, 빌라와 고급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부동산업에 진출했다.

그렇게 세운 회사가 부동산과 자산관리, 금융을 아우르는 부화국제다.

여성 억만장자 2위인 저우췬페이(周群飛)가 설립한 남사과기(300433.SZ)는 삼성과 애플에 모두 터치스크린을 공급하는 회사다.

저우 회장은 16세에 학교를 중퇴하고 선전의 공장에 취직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저우 회장의 아버지는 60년대에 사고로 시력을 잃었고 어머니는 저우 회장이 5세일 때 사망했다.

저우 회장은 3천달러의 저축으로 1993년 모바일 기기의 스크린을 만드는 사업을 시작했다. 저우 회장의 회사는 2001년에 TCL의 계약을 따내면서 급성장했고, 현재 남사과기의 연 매출은 22억달러(2조5천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억만장자 여성 중에 유독 중국인이 많은 이유를 중국의 남녀 평등 정책에 돌렸다.

천밍루 시드니대학 교수는 1979년부터 작년까지 이어진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여성들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고, 여성이 해외에서 공부하고 기업의 이사회에 진출하는 경우가 폭발적으로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루퍼트 후게베르프 후룬연구원 회장 겸 수석연구원도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여성들이 포부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하기 이전인 50년대와 60년대 태어난 세대도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전 국가 주석의 남녀 평등 정책의 수혜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국 여성 억만장자 가운데 약 3분의 2는 한 자녀 정책 이전에 태어난 세대다.

천 시드니대학 교수는 앞으로는 자수성가형 억만장자가 나타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중국 사회는 과거보다 더 구조화됐다"며 "80년대에는 계층간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 세대와 젊은 세대의 억만장자들은 큰 차이가 있다"며 "젊은 세대의 성공은 개인의 능력과 가족의 네트워크가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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