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대기업들의 주주총회 시즌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실질적인 주주 판별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주목된다.

주식을 양수한 뒤 주주명부에 명의개서를 하지 않거나, 타인의 명의를 빌려 주식을 양수하는 경우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대법원은 주식을 인수하면서 타인의 승낙을 얻어 해당 명의로 주식대금을 납입한 경우, 단순한 명의대여인은 주주가 될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이었다. 대금을 납입한 명의 차용인을 실질주주로 본 셈이다.

이렇다 보니 한 대기업의 대주주인 A씨가 주주총회 결의의 취소를 요구했던 소송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 소송에서 회사는 A씨의 주식 인수대금 등이 사실 B씨의 자금이므로, 기존 판례에 따를 때 A씨는 명의를 대여한 형식상 주주에 그치는 만큼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항변했다. 결국, 1심과 2심 법원은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는 주주총회 결의 취소를 구할 자격이 없다면서 각하 판결을 냈다.

하지만 대법원은 기존 견해에서 벗어나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주주명부에 적법하게 주주로 기재돼 있는 자는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고, 회사 역시 주주명부상 주주 외에 실제 주식을 인수하거나 양수하고자 했던 자가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든 몰랐든 간에 주주명부상 주주의 주주권 행사를 부인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어 대법원은 "주주명부에 기재를 마치지 않고도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는 주주명부 기재 또는 명의개서청구가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거절됐다는 등의 극히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고 부연했다.

이렇다 보니 이번 판례의 견해와 배치되는 기존의 판례들은 모두 폐기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자는 형식적인 주주명부에 의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획일적 사무처리가 가능해진 만큼 향후 효율적이며 안정적인 사무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판례는 실질주주의 과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는 만큼 실질주주의 과세까지 이번 판례의 법리가 확장될 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대법원의 판결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충정 손가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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