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한국거래소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손실제한 상장지수증권(ETN)'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증권사 4곳이 신상품을 내놨고 이 중 삼성증권 ETN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아직 거래가 크게 부진해 일각에서는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4개사의 15개 '손실제한 ETN' 상품이 상장 후 첫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가장 많은 투자금이 몰린 상품은 삼성증권의 '삼성 K200 CALL 1803-01 ETN'이었다. 첫 거래일 손실제한 ETN 15개 종목 중 삼성증권이 상장한 4종목에 전체 거래대금의 96% 이상이 몰렸다.

그러나 전체 거래량은 미미했다. 삼성증권 4종목의 거래대금은 800만원이었다. 미래에셋대우의 4종목, NH투자증권 4종목, 한국투자증권 3종목의 거래대금은 30만원가량에 불과했다.

한국거래소는 시장의 주가연계증권(ELS)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자 더욱 매력적인 상품 구조의 ETN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에 기초자산 가격이 내려도 손실이 마이너스(-) 30%로 제한되는 '손실제한형 ETN'을 개발했다.

거래소는 '손실제한 ETN'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대상으로 한 대규모 설명회를 개최하는 한편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상장이 더 용이하도록 했다. 사옥에는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어 홍보에도 힘썼다.

또한, ETN에 어려움을 느끼는 투자자들을 배려해 기초자산을 한 종류만 사용하도록 했다. 기초자산의 가격에 비례해 가격이 매겨지도록 해 여러 기초자산을 편입하는 ELS보다 접근성을 높였다.

기존 ETN 시장의 강호는 삼성증권이었다. 지난해 삼성증권이 발행한 ETN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84억원으로 2위 NH투자증권의 76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7개 증권사가 경쟁을 펼친 전체 시장의 거래대금이 323억원이었던 점을 볼 때, 삼성이 시장을 주도한 셈이다.

이에 더해 '손실제한 ETN'의 거래 첫날에도 삼성증권 상품에 투자자들이 관심이 쏠리며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쟁에서도 삼성이 우위를 점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아직 '손실제한 ETN'의 성공 가능성을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 상품도 금융당국이 주도해 출시된 것이라는 점에서 '용두사미'였다는 평가를 받은 재형저축이나 소득공제 장기펀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우려하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손실제한 ETN'의 경우 수익률 방어책을 마련하는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일반적인 ETN 등과 비교해 수익률이 다소 낮다"며 "이미 인프라 구축 등에 적잖은 비용이 소모됐기 때문에 증권사에 돌아갈 실익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주식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은 일정 수준의 위험과 원금 손실의 가능성을 감수하고 있는데 손실 폭이 제한된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일지 확신할 수 없다"며 "차라리 3배 레버리지 등을 허용하는 것이 수요가 더 클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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