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저금리·저성장 고착화로 시중은행 비이자이익 부문의 효자 노릇을 하던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수수료수익이 크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업권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방카수수료 수수료수익은 2015년 3천436억원에서 2016년 2천774억원으로 662억원(19.2%) 감소했다.

신한,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은 20~30% 가량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올해 4대 은행의 1~2월 방카수수료 수익은 500억원 남짓으로 저조한 수준이다.

은행들의 방카슈랑스 판매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보험사들이 저금리로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있는 데다, 정부의 수수료율 규제로 보험사가 은행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줄었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보험계약 모집의 대가로 은행에 지급하는 방카슈랑스 수수료율은 2014년 설계사 채널의 70% 수준이었으나 2015년엔 60%, 작년부터는 50%를 넘지 못한다.

보험 판매채널이 모바일 등 비대면채널과 GA로 옮겨가면서 은행에서의 방카슈랑스 취급 규모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특히 다음달 세법개정안 시행으로 저축성보험 비과세 혜택이 축소되면 방카슈랑스의 성장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기존 월적립식 저축성 보험 가입자는 월납입금 한도에 상관없이 전체 적립액의 15.4%에 해당하는 이자소득세를 면제받지만 4월부터 가입하는 고객은 월납입액 150만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시납 보험도 기존 가입자의 비과세 혜택 대상도 보험료 합계액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어들고 최소 10년 동안 보험을 유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올해 방카슈랑스 수수료수익이 전년대비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방카슈랑스 상품은 불완전판매율도 낮고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상품인데 규제로 시장이 커지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판매실적을 10% 가량 높였는데 수수료 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여 걱정이다"고 말했다.

수수료수익이 줄어들자 은행들은 판매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은행이 판매할 수 있는 보험은 개인연금보험과 장기저축성보험 등 저축성보험에 국한돼 있는데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도 판매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혀달라는 것이다. 나아가 은행이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팔 수 없도록 하는 '방카슈랑스 25%룰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은행과 보험사 간 이견이 심하고 당장 규제를 풀어줄 경우 수수료 시장에서의 잇속 챙기기만 급급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로썬 은행들이 요구하는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보험설계사 등 고려해야 할 대상이 많을 뿐 아니라 결국엔 수수료수익을 더 올리기 위한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할 가능성이 커 은행들은 복합점포 등을 통한 성과가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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