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달러화가 내려갈 듯하면 개입성 비드가 나온다. 호가대가 얇은 데다 거래 유인이 없어 피로감만 쌓인다"

서울외환시장에서 거래량이 쪼그라들면서 시중은행 프랍트레이더들의 피로도가 커지고 있다.

달러-원 하단에 대한 당국 개입 경계가 이전보다 커졌고, 수급상 실물량 규모도 줄면서 거래 유인도 보이지 않고 있다.

28일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등 외국환 중개사에 따르면 전일 서울환시 거래량은 57억4천900만 달러로 지난 1월 2일 36억 3천100만 달러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일일 최대 거래량이었던 지난 1월 19일의 93억8천500만 달러에 비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올해 일평균 거래량은 75억5천700만 달러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친성장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에 달러 약세 추세가 강해졌지만, 당국 경계와 레벨 부담감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장중 방향성을 잡고 포지션플레이를 하기도 애매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역내 시중은행의 프랍트레이더들은 극도의 피로를 호소하기도 한다.

이들은 지난주와 달리 당국의 존재감이 다소 강해졌다고 봤다. 오는 4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를 앞두고 당국 개입이 약화하면서 공격적인 역외 숏플레이가 나타나던 장세와는 다소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 24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연이어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재확인되면서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당국이 스탠스 변화를 보인 만큼 달러화는 하단이 지지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틀 연속 연저점을 경신하면서 1,110원 선까지 내려왔지만 개장 이후 꾸준히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A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지난 21일 당국이 한차례 강하게 개입을 한 이후 달러화 하단이 지지력을 나타내고 있다"며 "오는 4월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두 경제 수장이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하면서 오히려 당국 개입 경계가 강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B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다른 통화와 달리 원화만 과도하게 강세 진행될 때는 당국 경계가 여전하다"며 "환율조작국 이슈에 강력하게 가격을 뜯어 올리진 않더라도 하단에서 레벨별로 지키는 듯한 당국의 힘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수급 상황을 살펴봐도 거래 유인이 쉽게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달러화 추가 하락 전망에 수입업체들은 결제에 느긋하나 수출업체 입장에선 불리한 가격대다.

C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달러화가 1,130원대로 급격히 레벨을 낮출 당시 수입업체들이 매수 찬스로 보고 결제 물량이 몰렸지만 현재 대부분 소화됐다"며 "이제 결제 업체들이 느긋해진 반면 수출업체들엔 달러화 레벨이 너무 낮아 월말까지 물량 출회를 늦추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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