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은행 부총재 임기가 오는 6월말로 다가오면서 금융통화위원의 무더기 교체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부총재 공석을 메우기 위해 오는 5월 대선 직후 바로 후임 지정이 이뤄지더라도 3년 뒤인 2020년 상반기에는 부총재를 포함해 5 명의 금통위원 임기가 동시에 끝나기 때문이다.

28일 한은에 따르면 이주열 총재는 6월 말 임기가 끝나는 장병화 부총재 후임 임명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는 5월 대통령 선거 이후에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직 금통위원인 한은 부총재는 한은 총재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문제는 후임 부총재가 임명될 경우 3년 뒤인 2020년 상반기에 금통위원 상당수가 동시에 교체되는 상황이다. 오는 2020년 4월 이일형, 조동철, 고승범, 신인석 위원의 임기가 끝난다. 이번에 새롭게 부총재로 임명되는 인사도 같은 해에 임기를 마친다. 한은 부총재 임기는 3년으로 금통위원 임기 4년보다 1년 짧다.

이에따라 무더기 금통위원 교체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른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처럼 후임 선정 때까지 재직기간을 늘려 공백을 없애자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우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을 통해 "위원은 임기 만료시 후임자가 임명돼 자격을 얻을 때까지 계속해 재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연준이 위원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들어 둔 조항이다. 연준은 이사회 멤버의 임기가 14년으로 대통령 임기보다 길다. 정권의 입김에 따라 통화정책이 흔들리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법으로 규정해 놓아도 최근까지 연준 위원은 2인 공석 상태였다. 올해 4월 대니얼 타룰로 이사가 사임했고, 내년에 재닛 옐런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의 임기도 만료돼 약 다섯 명의 자리가 빈다. 하지만 후임이 결정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재직해야 한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위원 임기에 차이를 두고 있다. 총재와 부총재 임기는 각각 8년과 5년으로 길게 두고, 임명직 6명 위원 임기는 3년으로 짧게 둔다. 중국 인민은행도 통화정책위원 15명이 당연직 12명을 제외하면 민간전문가의 임기는 2년에 그친다.

우리나라는 금통위원의 연임이 가능하다. 당연직인 총재는 4년, 부총재는 3년이지만 한번 연임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연임한 경우는 거의 없다.

한은 금통위원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고액의 연봉과 차량, 비서, 정책보좌 직원 지원 등의 혜택도 있다. 경쟁이 세다보니 연임되는 경우가 적다.

한은은 금통위원의 무더기 교체와 그에 따른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금통위원 추천시스템에 대한 개선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한은은 지난해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총재와 금통위원의 임기를 현행 4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안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원 추천권 제도를 글로벌 트렌드를 감안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후임 임명 때까지 현직 금통위원이 계속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면 후임 선정 절차가 더 빨리 진행될 것"이라며 "공백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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