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홍경표 기자 = 국민연금이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자율적 채무재조정 방안이든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 방안이든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어느 경우라도 손실 감내가 불가피하다.

국민의 쌈짓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해법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에 따른 후유증이 여전한 가운데 이번 구조조정 방안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따른 후폭풍을 가늠할 수 없어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 국민연금, 대우조선 지원 거듭 고민 중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구조조정 당사자인 대우조선 관계자들을 만나 향후 채무재조정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그간 금융당국은 물론 대우조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등 이해관계자와의 접촉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하지만 구조조정 방안을 선택해야 하는 현실적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의사결정을 위한 상황파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의 명확한 재무상황과 향후 경영개선 계획 등을 파악하고자 일단 대우조선 관계자들과의 접촉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산은 등도 대우조선을 통해 채무재조정 방안에 동의해 줄 것을 설득할 예정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전일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연금 설득은 대우조선이 선택해야 하는 문제고, 대우조선이 직접 사채권자들을 만나고 있는 상황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전체 발행잔액의 30%에 이르는 3천900억원 가량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내달 17~18일 대우조선 서울사무소에서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향을 결정할 '키'를 쥐고 있다.

당장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4천400억원 중 2천억원 이상을 국민연금이 들고 있다.

1천800억원(13%)을 보유한 우정사업본부와 1천억원을 들고 있는 사학연금(7%), 증권사 등 기관투자자 역시 국민연금의 선택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은 사채권자 집회 전까지 의사결정을 위한 내부 회의를 지속할 방침이다. 사채권자 집회 직전에는 투자관리위원회와 투자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을 할 예정이다.



◇ '최순실' 학습효과로 몸 사리는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사채권자 집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대우조선 회사채 손실을 피해갈 수 없어 고심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신용등급이 'B-'까지 떨어지는데도 회사채를 계속 들고 있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게다가 이번에는 사채권자 집회전 투자위원회에서 직접적인 의사결정까지 내려야 하는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투자위원회처럼 회의록이 공개돼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

삼성물산 합병 건처럼 불분명한 장기적 이익으로 투자 의사결정을 했다간 자칫하면 배임죄로 걸려들 수 있다.

금융당국은 자율적 채무재조정 방안이 P-플랜에 들어가는 것보다 국민연금에 손해가 적을 것이라며 설득하고 있다.

채무재조정 방안을 선택하면 회사채 전체 금액의 50%만 출자전환하면 되지만 P-플랜에 들어가면 원금의 90%을 까먹을 수 있어서다.

어떤 방식이든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채무재조정 방안을 선택하더라도 향후 정상화 가능성에 대해 자신할 수 없다는 점은 고민이다.

정부안에 동의할 경우 압박에 굴복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최순실 사태 후유증이 여전히 의사결정에 장애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원금의 90%를 날릴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내부적으로 투자 결정에 따른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일단 구조조정 방안 동의 여부에 대한 선택과는 별개로 대우조선의 분식회계에 따른 손실과 관련한 소송 등을 통해 원금의 최소한이라도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다양한 시나리오로 분석 중이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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