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의 여신등급을 요주의로 유지하는 대신 충당금 적립비율을 15% 안팎 수준까지 높이기로 했다. 출자전환 주식의 전액 손실처리 등 향후 충격에 대비한 사전조치로 풀이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KEB하나·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채권단 6곳은 대우조선의 여신등급을 하향조정하지 않고 기존 요주의로 유지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출자전환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할 때 여신등급이 한 단계 이상 낮추는 것을 감안하면 예외적이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출자전환 등 채무 재조정이 큰 틀에서 합의된 가운데 신규자금 지원이 이뤄지면 재무상태가 좋아질 것으로 보여 당장 여신등급 조정은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며 "다만 충당금 적립비율을 더 높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2분기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은 대출회수 위험 정도에 따라 정상(0.85% 이상), 요주의(7% 이상), 고정(20% 이상), 회수의문(50% 이상), 추정손실(100%) 등 5가지로 분류해 충당금을 쌓는다.

따라서 현재 요주의로 분류된 대우조선 충당금은 7% 이상만 쌓으면 되지만 고정으로 낮출 경우 충당금 적립비율이 20%로 높아져 은행별로 최대 5배 이상 적립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시중은행들이 대우조선 살리기에 적잖은 힘을 보태고 있는 만큼 충당금 부담을 어느정도 덜어줘야 한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은 여신등급을 유지하는 대신 충당금 적립비율을 평균 15% 안팎까지 높인다는 입장이다.

현재 시중은행의 대우조선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조6천592억원이다. 농협은행이 8천884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 7천144억원, 국민은행 5천129억원 순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3천98억원, 2천337억원이다.

적립비율은 우리은행이 50%를 상회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고 농협은행이 5% 미만으로 가장 낮다.

국민·신한·하나은행은 현재 10% 안팎인 충당금 적립율을 15%선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향후 출자전환한 주식에 대한 손상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데에도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이번 대우조선 지원방안에 따라 7천억원의 무담보채권의 80% 출자전환을 하면 5천600억원 가량의 채권은 없어지지만 그만큼 대우조선의 주식이 생긴다.

대우조선은 주당 4만4천800원에 주식거래가 정지됐는데, 회계법인들이 대우조선 출자전환 주식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주당 가격의 차이만큼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1조8천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했지만 회계법인이 대우조선 지분 보유 가치를 1원으로 평가하는 바람에 전액 손실 처리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자전환을 하는 것 자체가 어느정도 손실을 떠안게 되는 구조"라며 "관련 손실이 재무제표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에 어떻게 처리할지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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