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SK하이닉스가 도시바가 분사할 예정인 반도체 사업부 입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일본계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을 잡고 매각규모 최대 2조엔(약 20조원)으로 추정되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이날 반도체 부문에 대한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오는 30일에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메모리 사업 분사를 정식 결의해 4월 1일자로 분사될 예정이다. 우선협상 대상자는 6월께 선정한다.

일본 정부와 도시바 관계자들이 반도체 핵심 기술의 국외 유출, 특히 중국으로의 유출을 우려함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일본계 펀드와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당초 SK하이닉스는 그룹 지주회사인 ㈜SK에 지분 3.5%를 투자하고 있는 대만의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 공동출자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도시바는 지난달 초 지분 19.9%만 매각하는 방안에서 50% 이상으로 경영권 매각 방침으로 선회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 검토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 사장은 M&A(인수합병) 전문가로 통한다. 한국이동통신,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등을 주도했다.

도시바 사외이사이자 일본 경제단체 경제동우회(經濟同友會)의 고바야시 요시미츠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이 3D(3차원) 낸드 메모리 개발에 10조엔(약 904억달러) 가까이 쓰고 있다"면서 낸드 기술은 사이버보안과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부문에서 핵심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중요한 기술을 놓쳐서는 안 된다면서 반도체사업을 중국 쪽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밝혔다.

도시바는 3위 낸드 업체인 웨스턴 디지털과 합작사를 운영 중이다.

고바야시 회장은 이 파트너십을 언급하면서 기술 유출의 수준을 이러한 정도에서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는 중국의 반도체 업체가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하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공격적인 투자로 공급 과잉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일본 업체에 인수된다면 낸드 업계의 구도 자체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것이어서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에 중립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공동 출자를 통해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하면 곧바로 낸드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해 추가적인 3D 낸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만 가중될 우려가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도시바와 SK하이닉스의 3D 낸드 기술의 차별성이 크지 않고 시너지 창출 가능성도 높지 않다면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인수가액에 의한 재무부담이 신용도 측면에서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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