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ZAR) 가치에 흔들렸다.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이 프라빈 고던 재무장관을 경질하겠다고 나서면서 정치적 불안 심리가 커지자, 이에 연동성을 지닌 파운드화가 고꾸라졌고 이는 달러 강세로 연결됐다.

29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전일 1,11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달러-원 환율은 장 마감 직전 반등하면서 상승 마감했다. 마감 무렵 런던 시장 개장 시간과 맞물리면서 알고리즘 트레이딩에 대표적 통화인 영국 파운드화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 반영됐다.

파운드화 변동성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 내홍이 빚은 불안 심리에 따른 것이다. 해외 주요국 외환시세(화면번호 6411번)에 따르면 달러-랜드 환율은 전장대비 1.81% 오른 12.9751랜드에 마감했다. 랜드화 가치는 장중 한때 3% 안팎으로 달러 대비 급락하기도 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5일 이후 최고치다.





외신에 따르면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이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지도부에 프라빈 고던 재무장관을 해임하겠다는 방침을 알렸다. 이미 지난 2015년 재무장관 기용 문제로 내각 불안을 야기한 바 있던 주마 대통령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이 공식적으로 개시되기 하루 전에 불거진 셈이다.

서울환시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적 불안 재료가 반영된 것은 이례적이나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랜드화가 대표적인 신흥국 통화 중 하나로 원화만큼 역외 투자자들이 눈여겨보는 통화라고 지적했다.

남아공의 경제는 외국인 투자 의존도가 높은 구조로 특히 브렉시트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급락한 것으로 해석됐다. 남아공의 경우 인도와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와 함께 이른바 '5대 취약국(Fragile Five)'으로 꼽히기도 한다.

A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전일 장 막판 남아공 쪽에서 정치 이슈가 터지면서 랜드화가 2% 넘게 약세가 됐다"며 "랜드화와 파운드화가 연계되면서 파운드화가 움직인 영향으로 달러-원 환율도 달러 강세로 이끌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B외국계은행 외환딜러도 "영국 의존이 높은 남아공 경제가 브렉시트에 불안한 모습인 데다 정치 불안까지 겹치는 모습"이라며 "남아공 경제 불안은 브렉시트 경계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데 향후 내각 개편이 있을 수 있어 달러화 지지 재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외환딜러는 파운드화가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대표적인 통화여서 연관성이 높은 통화의 변동성에 빠르게 반응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달러-원 환율의 랜드화 영향은 빠르게 해소됐으나 향후 급격한 변동성을 보일 경우 한 방향으로 쏠릴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

C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파운드화 경우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대표적인 통화라 변동성이 높은 데다 런던 금융시장 개장 시간이 서울환시 장 마감 시간과 겹쳐 관련 영향이 반영됐다"며 "남아공 랜드화도 대표적인 신흥국 통화 중 하나라 이슈에 따라 원화가 동반된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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