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백웅기 기자 = "외환딜러라는 직업에 대해 자부심도 있고 만족하기는 하죠. 그런데 어느 하우스에서 얘길 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직업만족도 순위가 높긴 하네요. "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내놓은 직업만족도 결과에 대한 서울외환시장 외환딜러들의 반응이다.

작년 6~10월 우리나라 621개 직업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재직자조사에서 외환딜러의 직업만족도는 40점 만점에 31.83점으로 11위에 올랐다. 5년 단위로 실시하는 조사로, 지난 2012년 같은 조사에서 33위를 기록한 데서 22계단 올라섰다.

판사가 전체 1위에 올랐지만 변호사, 변리사, 일반의·전공의사, 약사 등 이른바 '사'자 들어가는 웬만한 전문직보다 높은 순위다.

발전 가능성과 급여만족도, 직업 지속성, 근무조건, 사회적 평판, 수행직무만족도에 대한 해당 직업종사자들의 주관적 종합 평가에서 외환딜러는 근무조건에서 1위, 급여만족도와 수행직무만족도에서 3위를 차지했다.

이번 결과를 두고 외환딜러들은 스스로 일에 대한 자긍심이 크다는 점을 재확인한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조사 결과가 시장 현실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한계도 제기했다.

◇제멋에 사는 것은 사실

현재 하는 일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큰 데 대해서 외환딜러들은 대체로 수긍했다.

A시중은행의 딜러는 "일반 영업점에 가면 자기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이 오퍼레이팅 기능만 할 뿐이지만 딜링룸에서는 순간순간 대응해야 한다"며 "대리나 과장급도 나름의 뷰를 갖고 포지션 한도 내에서는 무한한 자율권을 갖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 전체 조직원이 2~3만 명 된다고 해도 딜링룸에서 실제로 트레이딩하는 인력은 겨우 10여 명 정도에 불과해 희소성 측면에서 자기 만족감이 있을 수도 있다"며 "책상 앞에 모니터 8개씩 깔고 일하면 뭔가 특별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외환딜러가 되는 전반적인 과정을 고려할 때 본인이 지원하고 상당 기간 도제식 교육을 소화한 끝에 해당 직무를 시작하는 만큼 만족도가 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B시중은행 딜러는 "시중은행에서는 통상 딜링룸 인력도 순환보직을 실시하긴 하지만 어쨌든 행내 선발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트레이딩을 할 수 있다"며 "자기가 원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도가 높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하물며 시중은행 딜러들도 그런데 직무 변경 없이 계속 트레이딩만 하길 원해서 외국계은행으로 옮기는 딜러들이야 보수나 직무만족도 양면에서 좋을 법하다"고 덧붙였다.

◇경제적 보상 만족도는 시중은행-외은 온도차

외환딜러들의 급여는 일반 샐러리맨 가운데에서는 독보적이라고 여겨진다.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높은 금융권에 근무하는 데다, 트레이딩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C외국계은행 딜러는 "외은 딜링룸 쪽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보상이 전부일 수도 있다"며 "시중은행보다 기본급도 상대적으로 높고 성과에 따른 보상도 투명하게 뒤따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리먼 사태 이후로 규제가 많아지고 외은에 대한 통제도 강화되면서 트레이더들에게 주어진 비용이 늘었다"며 "시장이 굉장히 합리적으로 변했고, 참가자가 많아지면서 경쟁도 늘어 물량 많은 하우스 몇 곳이 쉽게 돈을 벌던 때가 지났다"고 성과를 내기 어려운 환경과 비용 부담을 언급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리스크를 많이 안고 가도 실적을 낸다면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볼커룰 도입 이후 클라이언트 베이스가 없으면 거래를 할 수가 없게 돼, 플로우를 관리하는 것을 이상적이라고 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B은행 딜러는 "시중은행의 경우엔 딜러라고 해서 다른 직원들과 비교해 급여 측면의 어드밴티지가 거의 없다"며 "프랍 트레이딩은 목표 초과 달성 시 인센티브가 있지만 목표치 자체가 높고, 인센티브 규모도 상한선이 있어 조직 내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을 정도로 조정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외은 가운데서도 일본·중국계 은행과 영미계 은행 사이 차이도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계 D은행 외환딜러는 "영미계 은행 쪽은 철저히 성과주의로 보수가 결정되지만 일본·중국계 은행에서는 딜링룸에서 계속 근무하는 대신 인센티브 규모가 크지 않다"며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크면서 트레이딩을 계속 하고 싶은 이들이 시중은행에서 이직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실적 스트레스는 무시 못해

외환딜러라는 직업이 소수의 전문직군인 데다 본인이 원하는 길이라고는 해도 실적에서 오는 부담마저 지울 수는 없다.

A시중은행 딜러는 "외환딜러라는 직업을 논할 때 스트레스를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며 "일과가 끝나도 24시간 돌아가는 해외 시장을 주시해야 하고, 잘 벌면 순간의 성취감 정도에 그치지만 개인적 손실이 팀과 부서 평가에 반영되는 부담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래 비전과 고용 안정성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B시중은행 딜러는 "우리나라 은행이 대체로 여·수신에 무게가 실려 딜링이나 파생상품을 잘 해서 성공해 자리를 잡은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전문 직종이라지만 경험이 많다고 성과를 잘 내는 것도 아니라 미래가 결코 밝다고만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측면에서 시중은행에선 적성이 안 맞거나 실적이 좋지 않다면 다른 쪽으로 순환보직이 가능한 점은 외은에 비해 사정이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C외은 딜러는 "외은에서 철저히 성과 위주로 평가받는다고는 하지만 한두 해 실적만 보고 안 좋다고 해서 짐싸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며 "외은에서의 생존율과 시중은행에서의 임원 승진율을 놓고 보면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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