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개시하는 영국이 내부적으로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재추진하고 있는 데다 북아일랜드 정치권도 급속히 불안정해지면서 연합국가로서의 결속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시에서는 분열이 심화하면 파운드화 약세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의회는 영국 정부에 독립 재투표 승인을 요구하는 발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달 중순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오는 2019년 봄까지 투표를 실시해 주민에게 영국 잔류 여부를 물어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 6월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영국 국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 주민의 60% 이상이 EU 잔류를 지지했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금은 스코틀랜드의 주민투표를 논할 상황이 아니라며 반대의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스코틀랜드의 독립 투표 재추진이 브렉시트 협상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북아일랜드 정치 상황도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

지난 27일 연방주의 민주연합당(DUP)과 민족주의 신페인당의 공동정권 출범 협상이 결렬됐다.

영국 정부는 몇 주간의 협장 기한 연장을 허가한다는 방침이지만, 기한 내 합의를 하지 못하면 자치 체제가 붕괴되고 영국 정부의 직접 통치가 부활할 우려가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민주연합당은 영국 잔류를 원하고 있고 신페인당은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원한다.

오랫동안 가톨릭과 기독교의 무력 충돌이 이어졌던 북아일랜드는 1998년 평화협정에 따라 자치정부 지위를 얻게 됐다. 북아일랜드 정부는 연방주의자와 민족주의자 공동정권으로 이뤄지도록 정해져 있다.

북아일랜드도 스코틀랜드와 마찬가지로 EU 잔류 여론이 높았다. 신문은 신페인당에서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영국의 EU 이탈을 계기로 평화를 지탱해온 정치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웨일스에서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장기적인 목표로 내걸고 있는 웨일스민족당이 득세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메이 총리가 EU 탈퇴 통보 전에 지방정부를 돌며 결속을 호소해 왔지만, 탈퇴 협상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할 경우 영국 연방 해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영국 분열 조짐이 심화할 경우 파운드화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즈호증권의 스즈키 겐고 외환 전략가는 "스코틀랜드가 독립운동을 활발하게 펼칠 경우 정치·경제 혼란 우려가 커지면서 파운드화 매도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쿠텐증권의 가가와 무쓰미 글로벌 전략가는 "긴 안목에서 봤을 때 시장은 영국의 EU 탈퇴 통보를 냉정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브렉시트의 가장 큰 위험은 주변국의 독립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가가와 전략가는 가뜩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영국 정치 혼란마저 겹치면 투자자의 리스크 회피 심리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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