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목표제, 통화정책의 준거 제공

미국과 한국 통화정책, 각각 독립적으로 결정



(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통화당국의 기준금리를 평가할 때 중립금리(자연금리)의 하락추세를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리 하락추세는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펀더멘털 변화를 반영하며,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하락은 시장환경의 변화에 통화정책이 적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동철 위원은 29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통화당국이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중립금리는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성장률 하락 추세는 금리 추세에 영향을 미치고, 기준금리 조절을 통한 통화정책 운용에도 직접적인 함의를 갖는다고 조 위원은 말했다. 다만, 통화당국의 입장에서 성장률 하락 추세는 정책의 대상이 아닌 정책을 운용하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주요 환경변화라고 전제했다.

금리 하락 추세는 성장률 하락추세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조 위원은 분석했다. 그는 "장기적 시계에서 한국의 성장률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고, 그 속도도 완만하다고 할 수 없다"며 "1990년대까지 두 자릿수 금리는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금리가 한 자리 수 초반까지 하락한 상태다"고 말했다. 금리 하락추세는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시장의 펀더멘털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 위원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장기금리 뿐만 아니라 통화당국의 기준금리도 하락추세를 보였는데, 시장환경의 변화에 통화정책이 적응한 것이지 통화정책이 시장금리 하락 추세를 견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통화당국이 '물가안정목표제'를 통화정책 준거로 활용하는 것은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해 유익한 지침이 되는 '잠재성장률'이나 '중립금리'는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조 위원은 설명했다.

그는 물가안정목표제는 통화당국이 통제할 수 있고, 통제해야만하는 정책목표를 투명하게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은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닌 기조적인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며, 통화당국이 매월의 물가지표 등락에 경직적으로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최근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한국의 통화정책 변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타게팅이라는 통화정책의 기본 목적을 상기한다면, 미국은 미국의 거시경제 상황을 기초로통화정책을 결정하고, 우리는 우리의 거시경제 상황을 기초로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세계경제와 우리 거시경제의 연계가 강화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통화정책이 동조화된 것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 경제여건이 미국과 다르게 전개된다면 우리의 통화정책은 미국과 다른 모습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조 위원은 "여전히 통화정책은 단기적으로 실물경기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장기적으로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의 급등락을 제어함으로써 경제주체들에게 거시경제 관련 불확실성을 축소시킨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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