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이란발 대형 수주 낭보를 올린 대림산업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양국 정책금융기관의 FA(기본여신약정) 협의 지연에 속이 타고 있다.

고유의 달력체계를 사용하는 이란이 얼마 전 새해를 맞이한 데다 오는 5월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선거가 예정됐기 때문이다. 선거를 거쳐 양국의 차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야 협상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관측됐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각각 이란에서 수주한 플랜트 프로젝트에 대해 한국수출입은행 등 ECA(공적신용기관)에서 금융지원을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원칙적으로는 ECA가 아닌 글로벌은행에서 금융을 조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ECA도 이란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상업은행이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설령 글로벌 금융기관에서 조달한다 해도, 조달금리가 높아 금융비용 부담이 크다.

결국, 국내기업이 수주한 이란 프로젝트의 착공 여부는 수은과 무역보험공사의 금융지원 여부에 달린 셈이다. 본계약 후 6개월 내 금융조달이 이뤄지지 않으면 무산되는 조건으로 전해져 시간이 촉박하다.

이런 상황이지만 금융지원의 토대가 되는 국내 정책금융기관과 이란 측(중앙은행, 경제재정부, 6개 상업은행)의 FA협상은 앞으로도 당분간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의 강경 노선으로 제재 해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불거진 데다 이란 내부적으로도 협상에 힘을 싣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고유 달력 체계를 사용하는 이란은 지난 20일에야 새해를 맞았다. 새해 첫날을 뜻하는 명절 '노루즈'를 전후해 길게는 보름 정도 휴가가 이어지기 때문에 FA 협의가 진전되기는 어렵다. 오는 5월 19일 이란이 대통령선거를 앞둔 점도 FA협의가 진전되기 힘들다고 보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는 5월 양국의 대선이 끝나고서야 협상에 힘이 실릴 수 있다"며 "그러나 5월 이후에도 트럼프의 노선이 변하지 않는 한 사실상 금융지원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달 2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이란에 대한 구체적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며 "GE 등 미국 에너지기업이 이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어본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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