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여파로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뒷걸음질을 계속하면서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수출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지난 7월 무역수지 발표 당시만해도 8월 수출은재차 '플러스(+)'를 보일 것이란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최근 잇달아 수출 관련 대책회의를 열면서 하반기 수출 확대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금융당국 등도 금융의 수출지원 중요성을 부쩍 강조하면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수출 상황 어떻기에..곳곳에서 '위기음' =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8월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1%나 감소했다.

올해 조업일수가 지난해보다 하루 적었던 영향도 있지만, 이를 감안한 일평균 수출도 5%가량 하락했다.

지난달 수출이 8.8%나 줄어 연간기준 0.8% 감소로 돌아선 이후 반등 기미를 보이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수출 부진의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했다.

지표가 악화하는 가운데 수출 주체들도 다급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주요 업종 협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수출전망 조사에서 조선 28%, 철강 13%, 석유화학이 5.8%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일선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을 전했다.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던 자동차 수출도 지난달부터 감소로 돌아선 가운데, 자동차산업연구소는 최근 하반기 수출이 4.3% 증가로 상반기 10.4% 성장보다 둔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비상체제 돌입한 지경부 = 수출 여건이 이처럼 악화하면서 주무부처인 지경부는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지경부는 지난 1일 7월 무역수지를 발표하면 "월말효과 이연으로 8월 수출은 플러스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수출 회복이 기대보다 더딘 것으로 나타나면서 분주해졌다.

지경부는 지난 20일 무역보험공사 등 수출 관계기관과의 긴급 수출지원 대책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이날도 주요 업종별 대표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단기 수출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등 수출 촉진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경부는 8월초부터 '수출애로타개 비상대책반'을 설치해, 기업이 수출 관련 애로사항을 접수하면 최대 1주일 이내 조정 결과를 통보해 줄 수 있도록 했다.

지경부는 또 산하 및 관계기관을 총동원해 수출 지원에 나섰다. 말 그대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긁어모은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무역보험공사는 수출보험 지원 금액을 1조3천억원 확대한다. 코트라(KOTRA)는 수출비상지원단을 꾸리고 신흥국 시장 등 단기 수출확대가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금융도 수출 지원 집중 = 금융당국 등 범정부 차원의 수출 지원책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최근 부쩍 금융의 수출 지원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지난 16~17일 이틀간 인천 한국수출입산업단지를 방문해 올해와 내년 수출ㆍ투자 기업에 대한 13조원 추가 지원 방침을 발표했다.

3조원 규모의 설비투자펀드, 4조원 규모의 조선사 제작금융 지원 등으로 수출 활기를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의 신용보증 공급도 3조원 확대된다.

수출입은행도 올해 수출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지난해보다 1조 늘어난 15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전일 주요 금융지주회사회장 간담회에서도 "성장 동력을 유지하려면 수출과 투자에 대한 금융지원에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금융권을 독려했다.

▲미시지원 한계..대외여건 개선될까 =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수출은 궁극적으로 글로벌 수요에 달린 만큼 대외 여건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유럽의 실물 경기 하강이 지속하고 중국의 지난 7월 수출이 전년동월대비 1% 증가에 그치는 등 대외 여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대상인 중국의 수출이 둔화하면 중간재 등의 수출길이 막힐 수밖에 없다.

중국 수출 둔화 여파는 일본 무역 상황에서도 곧바로 확인됐다. 이날 발표된 일본의 7월 수출입결과를 보면 대중국 수출이 12% 감소한 탓에 전체 수출이 8% 이상 떨어지면서 무역수지가 5천174억엔 적자로 추락했다.

다만 최근 미국의 경기 회복 기대, 유럽의 정책 대응 기대에 따른 금융불안 진정, 중국 부양책 가능성 등은 하반기 수출여건을 다소 개선시킬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아직 실물이 살아나고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개선 기대가 증시에 반영되고 있고, 중국 경제도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3분기는 8%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면서 "하반기도 수출의 두드러진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겠지만, 상반기보다는 다소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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