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정정책 확대로 인플레이션 효과를 유발할 것이라는 '트럼플레이션(Trumpflation)' 기대 약화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미국 채권시장으로 빠르게 향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친 성장정책과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지 않자 인플레 기대 심리가 다소 꺾인 영향이 크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선 투자자금이 이탈하고, 채권시장으로 뭉칫돈이 몰리는 등 '트럼프 거래' 되돌림이 진행되고 있다.

3일 시장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가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1주일간 글로벌 채권형 펀드와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입 내역을 집계한 결과, 선진국의 채권형 펀드로 총 75억2천400만 달러가 유입됐다.

이 가운데 북미 지역으로 무려 56억8천만 달러가 들어오며 자금 유입을 이끌었고, 글로벌(Global·선진국 전역에 투자) 펀드로 20억7천만 달러가 들어왔다. 반면, 서유럽 지역에선 2억 달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2천5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김진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 능력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의구심이 반영되며 북미 지역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투자자금이 쏠린 모습"고 말했다.

국금센터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 실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며 "최근 미국 채권형 펀드로의 지금 쏠림은 투자 심리의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수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불안감이 다소 해소되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채권시장으로 다시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서유럽 지역은 여전히 유출세를 보였지만, 규모는 3주 만에 감소했다"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앞두고 영국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채권형 펀드는 신흥국 시장에서도 유입세를 기록했다.

신흥국 전반에 투자하는 GEM 펀드로 14억5천만 달러의 압도적인 자금이 들어왔고, 중남미 지역으로 3억7천300만 달러,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로 2억5천700만 달러가 유입됐다. EMEA(Europe, MiddleEast, Africa)에선 3천5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국금센터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IIF)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증대로 신흥국 시장의 투자 유인이 강화되고 있다"며 "올해 신흥국 국채와 회사채 발행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주식형 펀드는 견조한 유입세를 이어갔지만, 북미 지역은 2주 연속 자금이 이탈했다.

선진국의 주식형 펀드에선 북미 지역에서 9억6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이외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37억5천400만 달러, 서유럽 지역으로 14억6천400만 달러, 글로벌 펀드로 3억2천200만 달러가 들어왔다.

국금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스는 "서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펀드를 중심으로 1주 만에 순유입세로 전환했다"며 "이달 프랑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업 심리와 가계 및 공공부문 지출 개선 등 유럽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신흥국의 주식형 펀드에선 GEM 펀드로 18억7천300만 달러,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로 9천600만 달러, 중남미 지역으로 4천600만 달러가 들어왔다. EMEA에선 1억2천1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HSBC는 "글로벌 경제 성장 기대감과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예상보다 느린 긴축 움직임에 신흥국 투자는 연말까지 활기를 띨 것"이라고 내다봤다.

dj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