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이랜드그룹이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를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랜드리테일 자회사 이랜드파크가 아르바이트 직원의 임금을 체불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상장 절차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랜드그룹은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이랜드리테일 일부 지분과 이랜드리테일의 자기주식을 매각해 6천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이랜드파크를 이랜드월드에 넘긴 뒤 내년에 상장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 이랜드리테일 IPO 연기…'임금체불 이슈에 발목'

이규진 이랜드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는 3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랜드리테일의 IPO를 1년 정도 연기할 것"이라며 "내년 1분기에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내년 5월이나 6월 상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랜드리테일은 전국 53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유통 법인으로, 지난해 12월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했다. 이랜드리테일은 자기자본과 매출액 등이 패스트트랙(상장심사 간소화) 형식요건을 충족해 이르면 오는 5월 안에 상장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랜드리테일이 지분 85.3%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이랜드파크의 임금체불 이슈가 불거지면서 상장 절차가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이랜드리테일 계열사 이랜드파크의 임금체불 등 불법 경영행태를 제대로 심사해 공익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거래소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랜드그룹은 계획대로 이랜드리테일 IPO를 추진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IPO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 지분매각·구조개편 이후 이랜드리테일 IPO 재추진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의 IPO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이랜드리테일의 일부 지분과 이랜드리테일의 자기주식을 매각해 6천억원을 조달한 뒤 재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관사인 동부증권과 큐리어스파트너스가 투자구조를 협의하고 있다. 외부투자자 유치도 진행 중이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월드에 3천억원, 이랜드리테일에 3천억원이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이랜드리테일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3천억을 해결한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하고 있는 이랜드파크 지분을 2천억원에 매입한다. 이에 따라 이랜드파크는 이랜드리테일의 자회사에서 이랜드월드의 자회사가 된다.

이러한 구조개편으로 이랜드리테일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1천302억인데, 이랜드파크 등 자회사를 통합한 이랜드리테일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743억원이다.

이 때문에 이랜드그룹은 이랜드리테일에서 이랜드파크를 떼어낸 뒤 이랜드리테일의 IPO를 추진하면, 이랜드리테일의 상장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규진 상무는 "이랜드파크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상장 절차가 계속 지연됐다"며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고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움직여서 상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파크 지분을 인수하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한 발 더 내딛게 된다. 이랜드그룹은 향후 이랜드월드 내 패션사업부를 별도로 독립시켜 이랜드월드를 순수 지주회사로 세울 계획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창사 이후 가장 큰 기업구조 변경을 시도하게 될 것"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재무구조 개선을 마치고 신용등급이 올라갈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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