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국내면세점 업계가 중국 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최근 내국인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로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앞두고 미리 면세품을 사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면세점 업계 1위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사드 관련 중국의 보복이 시작된 지난 3월 내국인 매출은 전년대비 20% 신장했고 구성비는 15%에서 25%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 29일 토요일부터 5월 1일 근로자의 날, 3일 석가탄신일, 5일 어린이날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로 2일의 휴가만 쓰면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는 이른바 '황금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에 내국인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한 것이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실제 롯데면세점뿐만 아니라 신라면세점도 적립금, 할인쿠폰, 선불카드 증정 등 다양한 혜택을 준비해 올해 들어 최대 규모가 예상되는 내국인 출국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가운데 내국인 매출이 느는 것은 면세점 업계에 긍정적인 점이지만 중국 매출 감소를 근본적으로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 관광객은 국내 면세점에서 살 수 있는 금액 한도가 정해져 있고 일본과 동남아 관광객고 객단가가 중국인 관관객에 비해 현저히 적다"며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매출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시내 면세점 기준 중국인 1인당 소비 평균 금액은 100만원 안팎인데 반해 일본인은 약 35만원, 동남아인은 30만원대다.

이에 면세점 업계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점점 심해질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3월 기준 중국인 매출은 전년대비 약 40% 감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39.4% 급감한 것과 거의 일치하는 숫자다.

앞서 지난달 1~19일 집계에서 중국인 관광객 감소율이 22%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열흘 사이 감소폭이 두 배 가까이 뛴 셈으로 앞으로 감소세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본격적 제재가 시작된 직후인 3월 4주차는 매출액과 이용객 수의 감소 폭이 사드 제재 이전인 2월 넷째 주보다 각각 46%, 50%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태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호텔롯데의 매출액 중 84.3%가 면세점 사업에 의존하고 있고 국내 업체 중 중국인 매출의존도가 가장 높아 관찰이 요구된다"며 "중국 정부의 의도대로 입국자가 50% 이상 감소할 때는 국내 면세 이익이 상당 부분 소멸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호텔롯데 역시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서 사드관련 매출 감소 위험을 적시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2016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국내 중국인 입국자수의 증가율은 다소 둔화할 수 있다"며 "최근 국내 정세 불안 및 사드 배치 탓인 한류 금지령, 방한 전세기 출항 금지 등과 같은 한국 관광 규제가 일시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면세점 업계는 이번 중국 정부의 관광제재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과 일본인 관광객 등 중국 관광객을 대체할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실제 효과는 미지수"라며 "면세사업의 큰 위기가 온 만큼 정부가 다양한 규제 완화를 통해 면세점 업계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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