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올 1분기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상장주관사의 실적 양극화가 심화됐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가 IPO 물량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IPO 물량을 따내지 못해 기근에 시달렸다.

업계는 지난해 말 IPO를 연기하거나 철회한 기업들이 올 1분기에 상장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IPO를 연기하거나 철회한 대부분 기업의 상장을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했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들이 트랙레코드(Track Record·실적)를 쌓기 위해 IPO 수수료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중소형 증권사가 밀린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올 1분기 IPO시장, 상위 증권사 2곳이 전체의 85% 차지…양극화 심화

10일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2017년 1분기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의 IPO 주관(상장일 기준) 순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IPO 건수는 총 14건, 전체 주관규모는 총 3천711억4천만원이다.

NH투자증권은 총 5건, 2천45억1천500만원 규모의 IPO를 주관하며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주관금액에서 NH투자증권의 점유율은 55.10%다. 한국투자증권은 주관금액 1천92억원으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총 5건을 주관했다. 전체 주관금액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은 29.4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합산 점유율은 84.52%다.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대우가 나머지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IPO 시장과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1분기 IPO 건수는 11건, 전체 주관규모는 3천881억400만원이다. IPO 전체 주관규모는 올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상장주관사의 실적을 보면 차이가 크다. 올해 1분기 IPO 시장에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전체 주관금액의 약 85%를 차지해 실적 양극화가 작년 1분기보다 심해졌기 때문이다.

IPO 건수 기준으로도 올 1분기 상위 증권사 2곳이 전체 14건 중에서 10건을 주관한 반면, 작년 1분기엔 상위 증권사 2곳이 전체 11건 중 3건을 맡았다.

실제 지난해 1분기 IPO 시장에서 미래에셋대우는 총 2건, 1천556억8천600만원 규모의 IPO를 주관하며 1위를 기록했다. 총 1건, 755억1천200만원 규모의 IPO를 주관한 NH투자증권은 2위를 차지했다. 전체 주관금액 기준으로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의 합산 점유율은 59.56%다.

◇ "작년 말 IPO 철회·연기한 기업이 올해 1분기 상장한 영향"…"대형증권사 수수료 경쟁 때문"

이처럼 올 1분기 IPO 시장에서 상장주관사의 실적 양극화가 전년보다 심화된 것은 지난해 말 IPO를 철회하거나 연기한 기업들이 올해 1분기 상장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의 IPO 담당팀장은 "작년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미국의 금리인상 등이 겹치면서 공모주 시장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그 영향으로 적지 않은 기업들이 IPO 일정을 연기하거나 철회했는데, 이들 기업이 올 1분기 대거 상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이런 IPO 물량 대부분을 주관했다"며 "올 1분기 IPO 시장에서 양극화가 더 심해진 것은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유바이오로직스, 서플러스글로벌, 피씨엘, 이엘피 등이 작년 말 IPO 일정을 철회하거나 연기한 뒤 올해 1분기 상장했다. 유바이오로직스, 서플러스글로벌, 피씨엘은 한국투자증권이 주관했고 이엘피는 NH투자증권이 맡았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IPO 주관사를 따내기 위해 IPO 수수료를 낮추며 경쟁을 벌이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증권사의 IPO 관계자는 "일부 대형 증권사들이 IPO 수수료를 최저 수준으로 낮추면서 IPO 물량을 따내고 있다"며 "이를 통해 트랙레코드를 쌓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는 수익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수수료 경쟁에서 포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중소형 증권사는 트랙레코드가 부족해 또다시 대형 증권사에 밀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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