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정부가 하겠다는 일에 일개 기금운용단장(CIO)의 반발이나, 사채권자의 의지가 가능할까요?", "제 뒤에는 2천만의 수익자가 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지난주를 기점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한 32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경영정상화 추진 방안 설명회를 열었다. 국민연금의 불참, 참석이 관심이 될 정도로 이날 초미의 관심사는 사채권자 대표 국민연금의 움직임이었다.

이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이 직접 나서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 정당성과 재무현황을 설명했다.

특히 국책은행 최고위급이 대우조선 직접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립 서비스'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 기관투자자는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임원급을 보내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이날 단장이 아닌, 실무진을 보내 마지막 점검을 했다. 주요 사채권자인 국민연금을 비롯해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등 기관투자자와 보험사, 공제회 등의 참석자도 책임자가 아닌 실무진에 그쳤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기금은 여론몰이식으로 이날 열리는 설명회보다는 수익자를 어떻게 더 구제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어서, 설명회 자체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며 "우리가 보낸 요청에 대한 공식 답변이 중요한데,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는 이상 그 다음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사실 국민연금은 지난 주말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최후 제시한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 '데드라인' 10일 앞두고 '배수의 진'을 치고 있었다. 10일까지는 어떤 얘기가 올 것이라 대기하는 상태였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은 이례적으로 산업은행이 국민연금을 만나주지 않아 협상에 진행이 어렵다는 사실도 지난 7일 공식 반박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회사채를 상환해주거나,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책임 차원에서 산은, 수은 등 대주주가 감자 등을 통해 고통을 나눠 갖자고 제안했다. 국민연금으로서는 사실상 마지막인 제안을 했지만, 산업은행은 최종 결정 전에 확실히 거절한 것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실사 보고서조차 보지 못해 답답했지만, 산은이 "국민연금이 만나주지조차 않아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하자 이를 이례적으로 반 박했다.

국민연금의 반발 속에 지난 9일, 산업은행은 국민연금의 최종 요청에 수용 불가라는 공식 답변을 보냈다. 지난 주말, 국민연금은 경제적 파급력 등의 재검토를 마치고, 원점에서 판단했던대로 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산은 등이조정안에 대해거절한다는입장을 공식화한이상, 더 빨리 후속 결정을 내릴 수도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에 투자위원회를 연 국민연금은 이르면 11일에 최종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민연금이통상 수요일에 한 건에 대해 한 번만투자위원회를 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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