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가격이 비싸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이베스트투자증권 매각이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 최초의 온라인 증권사로 개인 주식 거래 분야에 강점이 있는 이베스트증권에 대한 인수 희망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결과다. 본입찰에 참여한 아프로서비스그룹은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이 절실하며, 케이프투자증권은 온라인 거래 분야를 강화하고 싶어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10일 마감된 이베스트증권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브랜드명 '러시앤캐시'로 알려진 아프로그룹과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PEF) 웨일인베스트먼트, 케이프증권(구 LIG투자증권)이 참여했다.

이베스트증권은 2008년 LS네트웍스가 인수한 온라인 거래 전문 증권사다. 자기자본은 업계 20위권이며 지난해 2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사업구조가 온라인 중심으로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으며 지난해 개인 투자자 주식 약정 점유율은 2.51%를 차지했다.

실질적 대주주인 LS네트웍스가 이베스트증권 매각에 나선 것은 재무구조 개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LS네트웍스는 2015년과 지난해 각각 684억원과 58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LS네트웍스는 2012년과 2015년에도 이베스트증권을 매물로 내놓았지만 매각에는 이르지 못했다. LS네트웍스는 이베스트증권에 4천700억원가량을 투자했고 매각가도 높게 책정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베스트증권 자기자본 3천724억원이나 국내 증권사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0.5~0.7배)를 감안할 때 4천억원 이상은 무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세 번째 매각을 시도한 올해도 이베스트증권이 쉽게 팔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실사에는 5곳, 본입찰에는 3곳 이상이 참여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베스트증권 매각에 인수 희망자들이 몰린 것은 인수 희망자들의 취약한 부분을 이베스트증권이 채워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 아프로그룹은 종합금융그룹 육성 의지가 강하다. 이베스트증권 인수를 통해 대부업 이미지를 씻고 계열 저축은행과의 시너지도 내고 싶어한다.

인수 승인이 관건이지만 아프로그룹을 보는 금융당국의 시선도 개선된 상태다. 아프로그룹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안다라은행과 디나르은행,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 등 제1금융기관을 잇따라 인수했다.

2014년 저축은행을 인수하며 대부잔액을 줄이기로 약속해놓고 어겼지만 금융당국은 증권사 승인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아프로그룹이 저축은행 인수 승인 조건을 어긴 것이지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며 "저축은행 인수 승인과 증권사 인수 승인은 별개의 문제기도 해서 대부업 자산을 약속대로 줄이지 않은 것이 증권사 인수 승인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프증권은 중소기업금융에 주력하고 있어 온라인 개인 거래 분야가 강한 이베스트증권을 인수해 덩치를 불리면 시너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남 양산의 선박엔진 부품업체인 모회사 케이프가 지난해 LIG증권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한 후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증권사에 대한 추가 인수ㆍ합병(M&A)에 큰 관심을 보이는 상태기도 하다. 임태순 케이프증권 대표는 PE 출신의 M&A 전문가다. 지난해 매물로 나온 하이투자증권 인수에도 참여한 바 있다.

PE 입장에서는 증권사 인수를 통해 초대형 IB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현재 초대형 IB 육성책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공포를 남겨 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증권사에 사모 헤지펀드와 부동산펀드 운용을 허용하면서 증권사의 입지가 크게 넓어지기도 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 희망자들의 니즈와 이베스트증권의 강점이 맞아 떨어졌다"며 "LS네트웍스도 세 번째 시도인 데다 이베스트증권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절실한만큼 매각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