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CJ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씨가 씨앤아이레저산업을 통해 100% 투자한 SG생활안전이 CJ그룹 계열사 경비업무의 대부분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식적으로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면서, 총수 일가에 일감을 몰아줘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도록 한 셈이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인 상장사와 20% 이상인 비상장사다. 씨앤아이레저산업과 SG생활안전은 비상장사다. 현행법에 따르면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일감 몰아주기의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만, 씨앤아이레저산업을 통해 지분을 보유한 SG생활안전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CJ그룹이 규제의 사각지대를 노리고 SG생활안전에 일감을 몰아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 CJ그룹 계열사, SG생활안전에 경비업무 몰아줘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SG생활안전의 매출액 576억837만원 중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한 매출은 117억6천579만원이다.

특수관계자는 CJ,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올리브네트웍스, CJ건설, CJ오쇼핑, CJ푸드빌, CJ프레시웨이, CJ헬스케어, CJ텔레닉스, CJ E&M, CJ헬로비전 등 CJ그룹 계열사다. SG생활안전의 모회사 씨앤아이레저산업도 있다.

지난해 SG생활안전의 특수관계자 매출은 지난 2015년과 비교해 급증했다. 2015년 SG생활안전 매출액 434억9천325만원 중 특수관계자 매출은 없었다.

SG생활안전의 영업이익은 CJ그룹 계열사 덕에 2배 증가했다. SG생활안전 영업이익은 2015년 12억8천32만원에서 작년 24억6천439만원이 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6억1천645만원에서 11억3천84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문제는 SG생활안전이 이재현 회장의 장남 선호씨(CJ제일제당 과장)가 투자한 회사라는 점이다.

이선호씨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의 최대 주주(지분율 51%)다. 이 회장의 장녀 경후씨가 24%, 경후씨의 사위 정종환씨가 15%, 이 회장의 조카 이소혜·이호준씨가 각각 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다.

지난 2015년 12월 자산관리와 부동산컨설팅 사업을 CJ건설에 넘긴 씨앤아이레저산업은 현재 운영하는 사업이 없는 순수 투자회사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이 투자한 곳은 SG생활안전(지분율 100%)과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49%)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지난 2015년 인수한 SG생활안전은 지난해 CJ그룹 계열사의 지원에 힘입어 2배 성장했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SG생활안전은 화생방 마스크 등을 생산하고 보안·방범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며 "보안이 중요한 경비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관계사인 SG생활안전에 CJ그룹 계열사의 경비를 맡겼다"고 설명했다.

◇ CJ그룹 '일감 몰아주기' 규제 피하기 '꼼수'

전문가들은 CJ그룹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고자 꼼수를 썼다고 주장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 일가의 지분이 일정비율을 넘는 계열사와 거래하면 이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하고 있다.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인 상장사와 20% 이상인 비상장사다.

CJ그룹 총수 일가가 100% 소유한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그러나 씨앤아이레저산업이 100% 투자한 SG생활안전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공정거래위원회가 45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기업을 상대로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실태를 점검하고 있는 상황이다.

CJ그룹이 지난해에도 일감 몰아주기로 공정위로부터 징계를 받은 데다 공정위도 앞으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러한 꼼수가 당장은 법망을 피하더라도 앞으로 문제화될 여지가 없지 않다.

실제로 국내 1위 멀티플렉스 사업자인 CJ CGV는 CJ그룹 총수일가의 회사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일감을 몰아줬다가,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7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검찰에도 고발 조치된 바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현행 공정거래법의 사각지대를 노리고 CJ그룹 계열사들이 SG생활안전에 경비업무를 몰아준 것"이라며 "규제 대상에 계열사의 간접지분율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열사의 간접지분율을 감안할 때 씨앤아이레저산업뿐 아니라 SG생활안전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yg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