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대우조선해양은 회사채를 상환할 수 있는 자금이 없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더이상 양보할 여지가 없다"

대우조선해양의 사실상 주인인 산업은행이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에게 '배째라'식으로 채무조정안을 강요해 '일방통행'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5년 대우조선 회사채 조기상환권도 산은의 만류로 포기한 국민연금이 회생이 불분명한 대우조선 지원을 또다시 강요받으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용석 산은 부행장은 지난 10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은 21일 도래 회사채에 대해서는 상환이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가능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정 부행장은 "대우조선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아는 부실기업이다"며 "그 기업의 출자전환이라는 것은 이해관계자의 고통, 손실 분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추가 감자 등 사채권자의 요구에 대해 강한 어조로 양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 부행장은 "사채권자들이 채권 회수율을 제고하기 위해 또 다른 주장을 한다고 해도 받아들일 여지가 없다"며 "아무리 저희가 고민해봐도 양보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동걸 산은 행장도 설명회에서 "그동안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위해 국민 혈세를 너무 많이 투입했다"며 "설명회에 나온 이야기들에 대해 고민하겠지만 요구사항이 있을 때마다 흔들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은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것 자체를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우조선이 법정관리 문턱까지 오게 만든 장본인이 산업은행과 정부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는 산은으로 대우조선 지분의 79%를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는 3.5%를 가지고 있는 금융위원회다.

지난 2015년 대우조선의 분식회계가 드러나고 3조원에 가까운 '어닝쇼크'가 발생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청와대 서별관 회의 이후 대우조선에 대한 4조2천억원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조기상환을 요구했지만 대우조선과 산은의 만류에 조기상환이 무산됐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대우조선은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다. 정부는 당시 대우조선의 지난해 수주 예상치를 115억달러로 잡았지만, 실제 수주는 10분의1을 조금 넘는 15억4천만달러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015년 지원을 결정할 당시 보수적으로 전망한다고 했지만, 업황이 너무 좋지 않았고 결과적으로는 낙관적인 전망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대우조선 부실이 산업은행의 소홀한 관리·감독과 대우조선 경영진의 부실 경영의 합작품이라고 감사결과를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사채권자들은 대우조선의 주인인 산업은행에 추가적인 고통 분담이 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선례가 있어 정부와 산업은행을 믿지 못하고 있다. 추가 지원 이후 대우조선이 회복불가능상태에 놓이면 과거 삼성물산 합병 때처럼 투자 의사결정의 정당성에 불똥이 튈 수 있다.

정부가 지난 2015년 지원을 결정했을 때 사용했던 클락슨리서치도 현재 조선 업황 전망을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지원을 한다고 해도 향후 조선 업황이 개선될지 의문이다"며 "미래 현금흐름은 가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고, 2조9천억원 투입이 끝이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기금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계속가능기업인지 의문인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선뜻 채무조정안에 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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