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지서 기자 = KB국민은행이 개인 대출 총액을 연봉 3배로 제한하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핑계로 은행이 힘조절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들은 예상보다 수위가 높은 국민은행의 DSR 활용방안에 주목하며 은행을 향한 날선 비판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조만간 모든 부채에 대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실질 소득의 3배를 넘기지 못하게 제한하는 DSR 활용방안을 도입한다.

지금까지는 주택담보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만 맞추면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DSR은 신용정보원을 통한 개인의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을 모두 집계해 채무자가 연간 갚아야 할 대출 원금 상환액까지 고려한다.

사실상 개인의 부채에 대해 총량 개념으로 접근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DSR 도입을 발표한 이래 시중은행은 개별적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왔다.

하지만 DSR 도입을 통해 본격적으로 대출이 제한되자 은행이 잇속만 챙긴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실제로 은행들은 지난해 저금리 기조와 대기업 구조조정 부실이란 악조건 속에서도 가계대출 성장에 힘입어 2011년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하로 수신금리가 내려가 조달 비용이 떨어지자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됐다. 여기에 가계대출로 단순하게 돈을 굴리며 예대마진이 늘어난 은행은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한 틈을 타 야금야금 대출금리까지 올렸다. 그런 은행이 이제는 DSR 뒤에 숨어 건전성을 이유로 스스로 대출의 고삐를 조이는 셈이다.

아직 DSR 활용이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이미 신한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은 사후관리 관점에서 DSR을 참고하고 있어 대출을 받은 후에도 이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은행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자 시중은행은 본격적으로 DSR 활용 방안을 내놓기 주저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앞으로 3년 안에 전 금융권의 DSR 활용을 정착시키기로 한 만큼 시장 상황과 금융위원회가 연내 제시할 표준 모형을 지켜보겠다는 의견도 많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DSR 활용 방안에 대해선 아직 검토 중이라 구체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며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과 업권의 분위기를 좀 더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뮬레이션 작업에 돌입한 신한은행도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변수와 조건을 고려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정량적인 요소로 DSR을 본격화하긴 이르다"며 "그간 진행해온 사후관리 차원에서 DSR을 활용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조만간 선보일 DSR 활용을 위한 표준 모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금융위는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워 등과 함께 선진국의 사례를 고려해 금융회사가 대출심사 지표로 DSR을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연구 중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DSR을 도입한 금융위가 어떤 수준의 표준 모형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시중은행 도입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며 "이미 제2금융권의 DSR 도입 계획도 언급한 만큼 취약계층을 늘리는 일이 없는 수준에서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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