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대우조선해양의 채권자인 국민연금기금은 하루하루 타협점을 찾기 위해 여러가지 제안을 하는 반면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은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협상의 기본 요건조차 마련되지 않아, 대우조선의 'P플랜'(Pre-packaged Plan)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당장 다음주 대우조선 사채권자집회가 열린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은 이날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국민연금에 대해 "출발점부터 인식이 잘못됐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최 행장은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지 않았을 뿐이지 대우조선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지급불능 상황이었다"며 "이번 방안을 통해 사채권자들이 50%라도 받게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비롯한 사채권자들은 2015년 5월 정성립 사장의 대우조선 취임 이후 대규모 분식회계 발견과 함께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당시 채권자는 회사채 발행시 개별특약(Covenant)에 의한 조기상환의 청구가 가능했지만, 산업은행의 협조 요청을 받고 조기상환을 요구하지 않는 방법으로 구조조정에 협조했다.

최 은행장이 얘기하는 출발점은 대우조선 구조조정안이 처음 나왔을 때와 비슷하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최경환 경제부총리,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당시 청와대에서 '서별관회의'를 열어 채권단이 마련한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방안을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대우조선 지원 문제는 많은 의혹을 일으켰다.

최 행장 "국민연금이 4월 회사채 상환을 요구하는 것은 결국 수은 돈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다른 채권자의 돈을 갚아달라는 것"이라며 "이는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앞서 국민연금은 "현 상태에서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면 특정 기업을 살리기 위해 국민 노후자금의 손실을 감내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이는 2천만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기금을 관리해야 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목적에서 벗어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채무조정과 관련해 사전협의는 물론 사전 실사도 못한 상태에서 채무조정 타당성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또 대주주인 산업은행을 만나 당초 제시한 오는 21일 만기 회사채에 대한 상환 요구를 철회한 대신, 사채권자들이 대우조선 채무조정안를 시간을 갖고 살펴볼 수 있도록 4월 만기 채권의 원리금 상환을 3개월 상당 유예할 의사가 있음을 전달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채무재조정이 나올 때부터 요구했던 제3기관을 통한 대우조선 자료 검증을 요구했다. 산은은 이를 거절했고, 수은 역시 이날 강한 거부 의사를 보였다.

연장마저 거부당한 국민연금은 오는 17일 사채권자 집회를 앞두고 투자위원회를 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13일, 늦어도 14일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이번달 만기인 회사채에 대해 한발짝 물러났지만, 대주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투자위원회를 앞두고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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