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회사채 발행 제도 개선안이 본격 시행된 이후 증권사들의 대표주관사 따내기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기업과 증권사 사이에 새로운 풍속도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리젠테이션과 인터뷰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예전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던 광경이다.

회사채 발행을 위한 대표주관사의 역할이 이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내달 24일 5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 삼성중공업은 22∼23일 이틀에 걸쳐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대표주관사 선정을 위한 인터뷰를 가졌다.

삼성중공업 금융팀 실무진 주도로 실시된 개별 증권사별 인터뷰는 공식적이고 딱딱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증권사들에겐 적잖은 부담이었다.

각 증권사가 최근 시장 상황과 금리 변동추이, 투자자 수요 등에 대한 간략한 프리젠테이션을 실시하고, 이후 질의와 답변이 이어지는 방식이었다.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대표주관사를 선정하면서 증권사에 인터뷰 또는 프리젠테이션을 요구한 사례는 삼성중공업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들어 규모가 크고 발행 물량이 많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요청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발행사 입장에서는 시장 상황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고 싶어 한다"면서 "인터뷰 등을 통해서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관계자는 "기업들은 되도록 좋은 조건에서 발행하려고 하는데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증권사를 찾기 위해 좀 더 세부적인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실 회사채 발행과정에서 대표주관사 선정을 위해 인터뷰 등을 실시한 기업들은 그간 거의 없었다.

대표주관사의 역할 자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탓이 크다. 하지만 회사채 발행 제도 개선안 시행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대표주관사는 기업실사와 금리밴드 예측, 수요예측 등 굵직한 업무는 물론, 증권신고서의 작성과 금융당국과의 협조관계 유지, 청약 등과 관련된 세세한 실무업무까지 도맡아 해야 한다.

이 가운데서도 금리결정과 투자수요 파악 등은 대표주관사가 해야 하는 핵심 업무로 발행사로부터 '눈도장'을 받느냐 못받느냐의 결정 요인이 되기도 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항상 발행사가 원하는 조건을 내세울 수는 없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pisces738@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