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채권은행들이 기업들의 신용위험평가를 제대로 하는지 금융당국이 깐깐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기업의 부실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부실징후가 발견되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13일 발표한 '신(新) 기업구조조정 방안'을 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은행별 신용위험평가 체계의 적정성을 점검하기로 했다.

신용위험평가 모형의 객관성과 신용위험평가위원회 운영 실태 등을 은행의 경영평가 시 '중심 평가항목'으로 설정해 가중치를 부여할 계획이다.

신용위험평가를 제대로 진행해 부실징후 기업을 적시에 골라내는지 여부를 사실상 경영평가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이러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현행 신용위험평가 모형으로는 채권은행의 온정적인 관행을 바꿀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그간 채권은행은 자율적으로 구축한 신용위험평가 모형을 통해 기업의 위험도를 평가해 왔지만, 정성적 판단 비중이 크다 보니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아울러 기업의 최종적인 신용평가등급을 결정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운영하는 신용위험평가위원회 역시 전문성과 독립성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외부전문가 없이 평가 대상 기업의 여신에 관여된 관계자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올해 하반기까지 객관적인 근거를 통해 부실징후 기업을 골라낼 수 있도록 신용위험평가 모형을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신용위험평가위원회를 구성할 때 위원의 자격 요건을 명시하고, 산업전문가 등 외부위원도 포함하도록 했다. 의사록 작성과 위원별 찬반은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한편, 기업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연장 여부도 매년 재평가하기로 했다.

주채권은행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워크아웃 약정을 체결한 뒤 3년이 지나면 경영평가위원회(이하 경평위)를 열어 워크아웃 지속 여부를 평가해 왔다.

하지만 평가항목이 두루뭉술하고 평가 이후 후속 절차가 없어 사실상 재평가의 의미가 없었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까지 은행의 '상시평가 운영협약'을 개정해 워크아웃 진행 상황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항목을 재무ㆍ사업ㆍ지배구조 측면으로 구체화하고 평가 결과를 상세히 기술하도록 할 계획이다.

워크아웃을 연장을 위한 재평가를 1년 단위로 하고, 경평위 재적 위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했다.

만약 기존 약정대로 워크아웃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면 주채권은행은 채무조정이나 신규자금 지원, 구조조정 채권매각, 법정관리 등 다양한 방식의 개선 계획을 마련해 경평위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워크아웃을 지속할 필요가 있는지 사후적으로 점검한다는 취지"라며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체계의 객관성과 합리성도 제고된 만큼 선제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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