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처리와 관련해 이견을 보이는 국민연금에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며 채권단이 제시한 채무 재조정 방안 수용을 촉구했다.

이 회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 기업구조조정 관련 은행장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와 만나 "국민연금도 힘들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부와 산은이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줬다"면서 "국민연금이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이 발행한 회사채 1조3천500억 원 가운데 3천887억 원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은 채무 재조정 방안의 키를 쥐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산은 등 채권단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채권자가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에 대해서는 만기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연금은 산은에 4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의 우선 상환, 만기유예 회사채 상환보증 등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이 회장은 국민연금이 산은에 요구한 제안에 대해선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당초 출자 비중이나 기간을 설정할 때 국민연금의 특수성을 고려해 충분히 배려한 것인데 이를 너무 솔직하게 내보였다"며 "지난해 우리가 실시한 감자와 자본확충만으로도 국책은행 수장으로써 민망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기업 계속성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는 데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채무 조정안에 합의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도 확신을 하고 참여하는 일"이라며 "기업의 계속성에 의문이 간다고 하는 표현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만약 국민연금이 추가 협상을 요구한다면 응할 의향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아직 협상의 여지는 100% 열려있다"며 "국민연금의 어려운 심정을 생각해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국민연금도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어떤 게 이익인지 살펴보고 결론을 내야 한다"며 "마지막에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에 대한 재실사를 위해 채무 재조정을 3개월가량 늦추자는 제안도 했지만, 산은은 이를 거부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이달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의 부족 자금이 700억~800억원 정도"라며 "내달에는 이보다 2~3배에 달하는 자금이 부족할 텐데 채무 재조정을 미루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 회장과 임종룡 금융위원장,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은 은행장 간담회 직후 40여 분간 별도의 티타임을 진행했다.

국민연금의 채무 조정안 합의를 둘러싼 진행 상황과 국민연금의 최종 결정 이후 발생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연금이 이르면 이날 또는 14일께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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