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전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가운데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미뤄뒀던 회사채 발행을 재개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연 1.25%로 인하된 이후 10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나선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동결기조가 이어지며 역대 최저인 현재의 금리 수준을 활용해 자금조달에 나서는 기업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14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AA-'인 CJ대한통운은 최근 3·5년물로 나눠 총 2천억원가량의 회사채를 이달 말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수요예측을 진행할 계획인 롯데칠성음료(발행규모 2천500억원)와 만도(1천억원)에 더해, SK텔레콤(2천500억원)과 풍산(1천억원), 한화토탈(1천억원), LG전자(3천억원), ㈜GS(2천억원) 등은 이달 말 발행을 목표로 회사채 시장을 찾은 상태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이달에만 총 1조5천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물량이 쏟아지는 셈이다.

전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은 이전보다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고 밝히면서, 시장 관계자들은 올해 국내에서는 동결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경우 한은 또한 금리인상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전망도 한층 강화하는 상황이다.

향후 금리의 방향성이 오름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진 점이 기업들의 선제적 자금조달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미국 연준이 지난해 말에 이어 지난달에도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급격히 좁혀진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대기업의 자금팀 관계자는 "AA급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인 상황이지만, 대내외 정치 리스크에 더해 미국의 금리인상, 주주총회 시즌 등을 피하느라 회사채 발행 시기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계속 발행을 늦추기는 어렵다고 판단, 금통위 이후를 발행 시기로 확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회사채 발행 물량이 이달 말 집중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요분산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SK텔레콤과 LG전자, ㈜GS, 롯데칠성음료 등의 우량 기업들은 중·장기물을 포함해 발행규모를 2천억원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으로 주요 투자주체인 연기금, 보험권 등의 수요 이탈이 예상된다"며 "공급은 몰리는 반면 수요가 분산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발행사들의 이자비용 부담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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