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과 관련해 평행선을 달리던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이 극적인 타협에 이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전격 회동 이후 산업은행은 회사채 상환 약속을, 국민연금은 협의점을 찾았다고밝히면서 채무재조정 통과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14일 "대주주로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책임있는 경영정상화 의지를 나타내면서 기금 손실 최소화 의지를 이해하고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해 줬다"며 "상호간 협의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전일 저녁 여의도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전격 회동한 강 본부장은 이날 공개적으로 '협의점'을 거론했다.

대우조선해양 채무재조정과 관련해 채권 담당 실무 팀장들만 앞세우고, 일체 나서지 않았던 강 본부장이 전일 전격 만남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급진전되더니 이날 협의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국민연금이 당초 채무 재조정 방안에 따라 채권 50%를 출자전환 해주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해 준다면 만기연장분의 상환을 100% 약속한다는 협상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은 출자전환하지 않은 나머지 회사채에 대해 산업은행이 상환을 보증해달라고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우선상환권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상환을 약속한다며 국민연금을 설득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보증 요구'과 산업은행의 '사실상 보장 약속'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던 산업은행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국민연금에 문서로 된 확약서를 써 줄 용의가 있다며 한 발짝 더 나아갔다.

국민연금은 현재 사정과 향후 경영정상화 계획 등을 살펴 투자자로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실익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도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의 실무자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은 실무자 협의가 끝나면, 이를 바탕으로 투자위원회를 열어 채무조정안 수용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찬성도 거부도 하기 어려운 진퇴양난에 빠졌던 국민연금이 막판 입장을 바꾼 것은 P플랜에 들어가면 바로 손실을 대부분 인식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으로서는 향후 불거질 책임론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번에 국민연금이 찬성한 뒤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이 이뤄진다해도 회사가 정상화가 안되면 더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지만, 당장 한 번에 큰 폭의 손실을 수용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압박감이 더 크다.

P플랜으로 가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채권자의 무담보채권 출자전환비율은 90%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채무재조정에 동의하면 일단 50%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1% 금리에 3년간 상환 유예가 된다. 3년간 분할상환을 받는 조건인데, 확약서 등을 통해 절반은 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다만 차후에도 대우조선해양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추가 자금 투입 등으로 국민연금의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향후에도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지금 당장 P플랜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회사채 보유 기관투자자는 "국민연금의 결과에 따를 수밖에 없는데, 당초 알려진 에스크로(별도 관리 계좌) 등으로는 부족하다"며 "국민연금의 협상력이 얼마나 될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보고만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sykwak@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