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한국 기업의 지적재산권(IP) 관련 소송을 책임지겠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지난달 20일 국내 최초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로 등록된 미국계 글로벌 로펌인 롭스앤그레이의 천상락 한국지사 공동대표가 야심 찬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27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롭스앤그레이는 15개에 이르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IP 등 특허 관련 소송 자문을 했다"며 "서울 사무소를 통해 기존의 고객에게 더욱 편리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새로운 고객에게 다가가는 발판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865년 미국 보스턴에서 설립된 롭스앤그레이는 전 세계 1천100여명의 변호사를 두고 있으며 뉴욕과 런던, 홍콩, 상해 등에 이어 서울에서 11번째 사무소를 열었다.

서울사무소는 천 변호사와 지난 6월 18일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첫 외국법자문사로 승인된 김용균 변호사가 공동대표를 맡아 이끈다.

천 변호사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포드햄대학교에서 법률 전문 대학원을 나왔다.

그는 특허 침해와 영업비밀 부정 이용 같은 지적 재산권 소송 전문 변호사다. 반도체와 플래시 메모리, 휴대전화, 난청 기구에 사용되는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싱, 온라인 게임,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대체 연료,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 의료 장치, 영업방법(BM), 소비자 제품 등과 관련된 소송 자문을 맡은 바 있다.

그는 매사추세츠 안과ㆍ귀 전문 병원(Massachusetts Eye and Ear Infirmary)과 제약회사인 QLT 간 소송에서 매사추세츠 병원을 대리해 황반변성의 외과적 치료를 통한 불공정 축재와 불공정 기업 관행과 관련해 배심원 평결을 얻어내 승소로 이끈 바 있다. 매사추세츠 병원은 20억 달러가 넘는 매출액의 3.01%를 기술 사용료로 받게 됐다.

LG전자와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기업의 특허 관련 소송을 자문하기도 했다.

이디지털과 LG전자 간 소송에서 플래시 메모리 리코딩 기술과 이동 전화와 관련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LG전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합의를 조기에 이끌어냈다.

또, 월드컴과 엔씨소프트 간 소송에서는 클라이언트-서버 온라인 게임 제품을 대상으로 한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 특허 침해 소송에서 엔씨소프트를 대리해 변호했다.

천 변호사는 미국 특허 관련 소송에서 변호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배심원을 설득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특허 소송은 보통 전문적인 기술과 관련된 것인데 이를 배경 지식이 없는 배심원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소송에서 배심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무척 재밌다" "변호사의 업무가 대부분 서류와 관련된 것이지만, 이 부분만큼은 어떻게 잘 정보를 전달하고 이해시킬 것이냐는 점에서 창의성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롭스앤그레이에는 그래픽팀이 따로 있어 변호사가 배심원에게 특허와 관련된 복잡한 기술에 대해 설명할 때 보여주는 자료를 직접 제작해 사용한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 원인으로 밝혀지며 '우유주사'로 널리 알려진 디프리반(diprivan)에 대한 특허 소송에서 롭스앤그레이의 이러한 법률 서비스가 빛을 발하기도 했다.

프로포폴 성분 수면 마취제인 디프리반의 특허 소송에서 롭스앤그레이는 영국계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를 대리해 원고 측 변호를 맡았다.

복제 약을 제조한 제약회사인 피고는 디프리반에 포함된 3가지 특허는 무효이며 자신들은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롭스앤그레이는 동영상과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디프리반이 퍼져 인체 내에서 대사작용을 하는 획기적인 면을 충분히 설명해 아스트라제네카의 승소로 이끌었다.

롭스앤그레이의 그래픽팀 직원들은 수년간 변호사과 함께 일하며 2D나 3D로 제품 모형이나 특허 본을 만들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변호사가 배심원은 물론이고 판사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핵심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그랙픽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롭스앤그레이에서 10년 이상 일하며 변호사들과 수백 건의 소송을 함께했을 정도로 독보적인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법원의 증거개시제도(discovery)도 특허 소송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국내 사법 체계와는 다른 점이 많아 국내 기업들이 낯설게 느끼는 절차이기도 하다.

미국 민사소송에는 법원 본안 심리에 앞서 당사자 간 증거를 수집하는 증거개시제도가 있어 소송을 제기한 상대 기업에 찾아가 침해 주장에 대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다.

이때 기업의 기밀과 관련된 사항이어도 반드시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러한 제도에 낯선 국내 기업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다가 소송에서 패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법 위반 혐의까지 받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천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디지털 증거개시제도(E-discovery)까지 있어 컴퓨터에 저장된 각종 파일은 물론이고, 이메일까지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이러한 부분을 국내 기업에 잘 설명해 승소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롭스앤그레이 서울 사무소는 한국 기업에 특히 중요한 지적재산권과 복잡한 기업 소송ㆍ중재, 미국 정부의 규제관련 이슈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롭스앤그레이는 지난 20년간 대우와 히타치엘지데이터스토리지(HLDS), 현대ㆍ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LG, 엔씨소프트와 같은 국내 굴지의 기업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서울 사무소의 규모를 차츰 늘려 더욱 많은 고객에게 자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매년 수천 건에 이르는 특허 소송중 한국 기업과 관련된 소송만 한 해 100건가량 된다"며 "한국 기업의 미국 특허 국가별 출원 수는 4위에 이를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허 소송만으로 수익을 얻는 '특허괴물'(특허전문기업ㆍNPEs)까지 날로 늘어 앞으로 국내 기업의 특허 관련 소송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롭스앤그레이는 이와 관련해 최고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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