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한국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최대 사채권자인 국민연금에 잔여사채에 대한 확약을 제시했다.

산은은 앞서 회사채와 CP 등 무담보채권자에 50%의 출자전환, 나머지는 3년 상환유예, 3년 분할상환을 제시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요구하는 법적 보증은 힘들지만, 이에 상응하는 확약을 통해 잔여사채를 갚아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16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산은은 전날 오후 7시 국민연금에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 관련 최종 수정안을 보냈다.

이 문서에는 ▲잔여채권의 상환기일 전월 말에 해당 상환 원리금 전액을 회사채와 CP 투자자가 지정한 제3자 명의의 계좌에 예치한다 ▲사채권자집회 등 관련 절차 마무리 즉시 삼정KPMG가 실시한 회사채와 CP 채권자의 청산가치(회수율 6.6%)에 해당하는 금액 990억원을 대우조선 명의의 별도계좌에 담보로 제공한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신규자금(2조9천억원) 기한을 회사채와 CP 최종 상환기일까지 유지하고, 신규자금 미사용분을 회사채, CP 상환에 우선해서 사용한다 ▲2018년부터 매년 정상화 가능성을 정밀하게 실사해 잔여 회사채와 CP 상환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면 상환유예 기간, 상환 기간의 단축, 분할상환 원금의 조정 등 조기상환도 실시하겠다 등의 조항이 담겼다.

이동걸 회장은 이날 산은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제 성패는 회사채와 CP 투자자의 선택에 달렸다"면서 "대우조선 노사는 추가적인 자구노력에 대해 합의했고, 일부 회사채 투자자도 언론을 통해 동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결정에 대해 "우리가 처한 경제 상황에 대한 나름대로 걱정을 함께하므로 결과적으로 좋은 결론이 이른 시일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오늘 오후 4시에 초단기 기업회생절차(P플랜) 시행 위원회가 열린다"며 "국민연금이 4시 이전에 답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국민연금에 제시한 수정안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은 지급보증의 형태, 즉 법적 보증을 요구했는데 산은과 수은법상 이는 불가능하다"며 "산은과 수은의 확약서 정도면 믿을 만하다고 본다. 산은과 수은의 약속을 믿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불신의 사회로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근본적으로 삼정KPMG의 실사에 대해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 회장은 "빅4 가운데 딜로이트안진과 삼일PwC는 이해 상충관계가 있고, 남은 건 삼정KPMG와 EY한영 등인데 3개월 동안 실사한 부분에 신뢰하지 못한다면 어디가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산시 무담보채권자의 회수율에 해당하는 990억원의 에스크로 계좌에 넣는 것이 대우조선에 부담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용석 부행장은 "대우조선의 자금운용 자체가 연간 10조원이다.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P플랜 준비상황이 100%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정 부행장은 "(준비상황은) 98%로서 선박의 건조 상황에 영향이 없을 만큼 모든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종구 수은 은행장은 "P플랜으로 가면 여러 가지 채무가 확실하게 처리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그렇게 되면 가장 걱정되는 건 발주 취소로서 자율적 구조조정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소난골과 시드릴 프로젝트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회장은 "2월 23일 협상에서 소난골이 척당 1억달러를 깎아달라고 해서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며 "이미 사용자가 쉐브론으로 돼 있고, 유가가 60~65달러로 간다면 소난골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드릴은 수주가(價)가 11억2천만달러 정도인데, 선수금으로 받은 게 2억달러다"며 "(발주가 취소되더라도) 중고로 처리하면 척당 4억달러를 생각하는 데 부족한 건 이미 충당금으로 적립됐다"고 전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인도하면 이익이 남지만, 극단적으로 추정하면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산은은 근본적으로 대우조선의 매출을 2년 뒤 7조원 정도로 줄여 매각에 나설 계획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다운사이징을 하면 대우조선을 인수할 만한 캐파가 된다"고 말했다.

최 행장은 이날이 부활절이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대우조선이 부활하기를 기대했다. 그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평 손실부담이라는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부분에서 고민했다"며 "일부 투자자의 최종결정이 있는데 대우조선의 부활을 가져오는 날이 됐으면 한다"고 간접적으로 국민연금의 채무 재조정안 수용을 주문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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