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확대되면서 해외 투자나 글로벌 자산 배분 관련 보고서가 급증하는 등 증권사 리서치의 변화가 눈에 띈다.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 트렌드와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움직임이 과거 일본의 사례와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발간된 2만여건의 증권사 리포트 중 해외 투자와 관련된 자료는 2천여건에 달했다. 전체 증권사 보고서에서 해외 투자 관련 자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 8% 수준에서 10% 이상으로 확대됐다.

국내 경제 성장이 다소 정체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월 외화증권 매수/매도 결제 금액은 86억달러(9조7천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23% 증가했다. 외화증권 보관금액도 전년대비 40% 이상 증가한 322억달러(36조원)을 나타냈다.

이에 증권사들은 너 나 할 것이 해외 주식 및 채권리서치 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주요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 내 해외 분석이나 자산 배분팀을 따로 운영하고 해외 투자 전략 세미나도 활발하게 유치하고 있다.

과거 2000년대 일본도 성장 정체기를 맞으며 개인들의 해외 투자가 확대됐다. 일본 해외투자자들을 이르는 말인 '와타나베 부인'이 등장한 것도 이때다.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일본 증권사 리서치도 변화기를 맞았다.

이 당시 일본 증권사 탐방을 다녀온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우리나라 리서치센터의 움직임과 유사하게 과거 일본에서도 기업분석을 담당하는 섹터 애널리스트가 줄어들고 글로벌 투자 전략 등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조사·분석하는 일본 주식 수는 2006년 1천400여개에서 2013년 말 1천개 이하로 감소했다. 개별 기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증시가 답보 상태를 나타내면서 기업분석을 담당하는 섹터 애널리스트들의 입지도 확연하게 위축된 것이다.

2008년에 일본 오카산증권은 국내 주식 거래가 줄어들고 해외 투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오카산 글로벌 리서치 센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국내 증권업계에서는 '일본 배우기' 열풍이 일었다. 우리보다 앞서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를 맞은 일본 시장에서 교훈을 얻어 난관을 타개하자는 시도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의 증가세와 이를 쫓아 변화한 일본 증권사 리서치에서 국내 증권사가 벤치마킹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의 고수익 해외 자산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는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모습도 많이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증권부 황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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