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한민국 경제가 술장사ㆍ밥장사로 대표되는 자영업자의 수렁에 점점 깊이 빠져들고 있다. 자영업자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에 이르는 30%에 육박하는 등 크게 늘어나면서 경제체질도 급속도로허약해진 데다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작용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관료들도 지나치게 높은 자영업자 비중을 걱정하지만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경제정책은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 자영업자를 추가로 양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소금융, 햇살론 등 현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도 자영업자를 추가로 양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소금융 등을 통한 대출 재원이 술장사ㆍ밥장사 형태의 영세 자영업를 양산하는 정책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자영업자 취업자 수는 19만6000명 늘었다. 전체 취업자 수 증가 규모(47만명)의 40%에 달한다.베이비 부머의 은퇴에 따른 창업이 가장 큰 이유로 설명되지만 임금 근로자에서 퇴출되거나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경제활동 인구들이 대거 자영업자로 돌아선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증가한 자영업자 취업자 중에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13만4000명에 달했다.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라는 방증인 셈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를 반영해 하반기부터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영세 자영업자의 창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자영업자 비중의 증가는 재앙이 될 수 있다. 술장사 밥장사 형태의 자영업자는 내 술 주고 밥사먹고 내 밥주고 술 사먹는 수탈적 경제순환으로 이어지기때문이다. 교환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키지만 결국 내 돈만 까먹는 구조다.

돈 못 버는 자영업자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징후는 이미 금융지표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부채 원리금상환액을 연 소득액으로 나눈 원리금상환부담률(DSR:Debt Service Ratio)이 40%가 넘는 것으로 집계돼 과다채무 경제주체로 지목됐다.

술장사 밥장사 형태의 수탈적 자영업자 구조는'채무부담증가→ 내수위축→소득축소→채무부담증가'의 악순환의 고리를 완성하는 등 가계부채 문제를 촉발시키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국회에 출석해 오버슈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소비와 투자심리 등이 실제 지표보다 지나치게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한 것도 이런 악순환을 염두에 뒀기때문이다.

이제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통계적 착시를 일으키는 자영업자 양산이 아니라 정년연장,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에 맞춰질 때가 됐다. 자영업자의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면 대한민국 경제다 또 한 번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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