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맹본부의 '갑질' 행태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그간 규제 강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전례 없이 강력한 규제가 도입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 가운데 '징벌적 손해배상'은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악의적으로 불법을 저지른 자를 제재하고자 실제 손해를 초과한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번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허위·과장된 정보제공이나 부당한 공급거절에 대해 손해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의 섣부른 도입은 되레 프랜차이즈 산업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단순히 '갑을관계'로 엮인 산업이 아니라 '상생협력'의 산업이기 때문이다.

가맹본부는 매장관리 부담을 덜고 상품개발 등 핵심영역에 집중할 수 있고, 가맹점주는 본사의 지원 아래 비교적 손쉽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단순한 규제 일변도로 방향을 잡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되면 소송이 남발될 우려도 크다. 거액의 배상금을 탐하는 이들이 생기고, 가맹점주를 부추겨 소송을 획책하는 이들도 많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맹본부의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떤 행위가 불법인지 예측할 수 있어야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을 텐데, 개정안에 따르면 예측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상수익 상황을 과장하는 것 역시 허위·과장 정보제공으로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지만, 어떤 수준이 '과장'에 해당하는지 객관적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법원의 판단 이전에는 가맹본부가 제공하는 정보의 허위·과장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가맹본부의 사업 위축도 우려된다. 가맹본부는 항상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험에 노출되므로 이익이 나더라도 재투자보다 유보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허위·과장 정보의 제공을 회피하려다 보니 신규 가맹점주 모집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신제품의 공급은 부진하고, 기존 제품의 품질 역시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모두 '악순환'에 빠지는 셈이다.

아울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법리적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없지 않다.

본래 징벌적 손해배상은 폭력, 위압, 악의 등과 같이 특별하게 정상이 가중될 만한 사유가 있어야 인정되지만,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가벼운 과실만 있어도 원칙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순 과실에 지나친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굳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그 요건을 '고의 또는 중과실'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가맹사업법은 이미 허위·과장 정보의 제공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하게 되면 가맹본부는 이중적 제재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왕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했더라도 실제 적용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진정한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 무엇인지 숙고한다면, 법원이 성급하게 징벌배상 판결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상생협력'만이 프랜차이즈 산업의 발전을 보장할 수 있다.

최근 한 주스 전문점의 가맹점주회와 본사 간 분쟁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을 거쳐 극적으로 타결된 바 있다. 모든 가맹점주들이 원·부자재를 종전보다 15%에서 40%까지 싸게 공급받게 된 것이다.

대화와 타협으로 분쟁을 해결한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사자 간 극한 대립을 초래하는 징벌배상보다는 조정제의 활성화처럼 상생협력을 위한 논의가 더욱 절실하다. (법무법인 충정 김성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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