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주택업계가 금융당국의 집단대출 규제에 전면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정책당국에 제출하는 한편, 규제의 부작용을 알리는 학술 세미나를 준비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17일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분양한 주택사업장 52곳 중 중도금 집단대출 협약을 체결하지 못한 곳은 37곳 2만7천여호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액으로는 6조7천억원으로 전체 대출규모의 74.5% 수준이다.

분양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도 집단대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협회가 조사한 계약률이 95% 이상인 사업장 30곳 중 17곳이 시중은행과 대출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세대수로는 1만1천145세대에 달했다.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고금리 부담은 피하기 어렵다.

작년 5월 주택협회 조사에서 3.2~3.7% 수준이던 시중은행 집단대출 금리는 올해 2월 들어 3.46%~4.13%로 올랐다. 제2금융권은 같은 기간 3.5~4.2%에서 3.88~4.5%까지 솟았다. 최소 0.26%에서 최대 0.7%포인트까지 금리 부담이 는 것이다.

작년 10월 조사한 분양사업장 대부분이 1차 중도금 납입시기를 맞이하고 있어 대출규제 방침이 변경되지 않는 한 중도금 납입유예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택건설업계는 해외건설 부진으로 국내 주택사업만이 남은 상황에서 집단대출 규제라는 복병이 떠올라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김한기 한국주택협회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한 달여 사이 신규 집단대출은 꽉 막힌 상태다"며 "금융당국이 총량으로 규제하다 보니 대출을 못 해주는 곳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집단대출 막히면 서민들의 주택 구입도 막히는 것이다"며 "서민들이 자기 돈을 들여 집을 사는 건데 그걸 정부가 막는 건 안되지 않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관련 학계에서도 정부의 대출규제가 오히려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가계대출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대출의 질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학계의 한 관계자는 "집단대출 규모는 전체 가계신용의 10%에도 못 미치고 연체율도 낮다"며 "대출규모를 봐도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에 기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계의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 문제에 대해 토론 자체를 거부하는 것도 문제"라며 "최근 들어 학회나 토론회 참석을 부탁해도 일체 응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주택협회, 대한건설협회,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금융규제가 빚고 있는 여러 이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오는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주택금융규제 긴급진단 세미나'를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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