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홍경표 기자 = 국민의 쌈짓돈을 모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투자 관련 기록을 남겨두지 않고, 그나마 있는 기록도 국민에게 대부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감시가 부족한 상황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손실 등 부적절한 투자가 다시 이뤄질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대우조선 회사채 투자와 관련한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록 자체를 남겨두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에 3천900억원 가량을 투자했는데, 2015년 대우조선의 신용등급이 'BBB'로 하락하자 대우조선 회사채를 매각해야 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규정 시행규칙은 국내신용등급이 'BBB+' 아래로 하락하는 경우 운용부서장은 관련 투자증권을 매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향후 보유 여부를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에 부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결국, 국민연금은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하는 결정을 내렸으나, 대우조선의 유동성 위기로 자율적 채무조정하에 채권을 50%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이자도 제대로 못 받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국민연금은 리스크관리위원회의 경우 따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기금의 주인인 국민들이 국민연금이 왜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해 손실을 봤는지 등의 상황을 상세히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국민연금이 중요한 투자 의사결정을 하고자 여는 투자위원회 회의록도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구체적인 투자 내용이나 방법을 공개한다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경우도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최순실 사태'로 문제가 불거지자 결국 국회의원실을 통해 공개됐다.

당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구속됐고,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투자위원회 회의록과 투자 과정 등이 시스템적으로 국민들에게 공개했다면 국민연금이 외압에 의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고, 기금 독립성이 더 강화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외적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록은 일정한 시간을 두고 기금본부 홈페이지에 게시되는데, 투자위원회 회의록 등 투자 기록 등도 국민연금의 주인인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연기금 관계자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각종 의사결정과정과 기금의 투자내역 및 자산구성에 대한 정보 공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hlee@yna.co.kr

kph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