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한국은행에 이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KDI는 18일 발표한 '2017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지난해 5월 2.7%로 제시했던 성장률 전망치를 같은 해 12월 2.4%로 낮췄다가, 넉 달 만에 다시 2.6%로 높였다. 작년 말 정부가 내놓은 전망치와 같다.

다만, 이는 지난해 기록한 2.8% 성장률보다는 0.2%포인트(p) 낮다. 수출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내수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KDI는 또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전망치보다 낮은 2.5%로 제시했다. 수출과 민간소비 증가세가 대체로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 전반이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한은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1%p 올린 2.6%와 2.9%로 제시한 바 있다. 한은이 전망치를 올린 것은 2014년 4월 이후 3년 만이었다.

민간 경제연구소와 금융기관들도 최근 잇따라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1%에서 2.5%로 0.4%p 높여 잡았고, 해외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즈도 2.3%에서 2.5%로 0.2%p 상향 조정했다. JP모건과 모건스탠리도 각각 2.5%와 2.4%로 제시하면서 전월보다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다.

KDI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것은 수출과 투자가 개선되고, 민간소비는 둔화하는 등 지표가 혼재한 속에서도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성장률 전망치를 높인 것은 경기가 크게 좋아진다는 게 아니고 급락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모멘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수출은 최근 반도체와 석유류 제품의 높은 증가세가 둔화하겠지만, 세계 경제 성장률이 완만하게 확대되면서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증가세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수출 최대 효자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올해 4.0% 증가한 후 내년에 3.6%로 꺾이겠지만, 여전히 성장률을 웃돌 것이란 예상이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2.3%에서 올해 4.3%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 다만 제조업 가동률이 낮은 수준으로 정체돼 최근의 양호한 회복세가 장기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1.7%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건설투자는 건설수주 증가세 약화와 기저효과로 지난해의 10.7%보다 낮은 6.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증가율은 2.3%로 더 떨어질 것으로 봤다.

민간소비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실질소득 개선 효과가 축소되는 가운데 지난해 소비 활성화 정책의 효과도 사라져 증가세가 축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경상수지는 890억 달러 내외의 흑자로 예상했다. 수출확대에도 교역조건의 악화 등으로 지난해의 987억 달러보다 흑자 규모가 줄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유가 상승 영향으로 1.8%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봤고, 내년에는 유가 상승의 영향이 소멸하는 가운데 낮은 기대인플레이션 지속으로 1%대 중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거나 우리 경제를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경우 경기가 빠르게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채상환능력이 낮은 한계가구와 기업 등 취약 부문이 빠르게 부실화하면 외부 충격의 부정적 파급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우리 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지만 하방 위험도 존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단기적으로 거시경제 안정에 초점을 두고 재정과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통화정책의 경우 아직 물가 상승세가 견고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현재의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거시경제정책을 활용한 수요관리에는 한계가 있어 민간 주도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규제개혁과 기업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직업훈련과 실업대책과 같은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등 포용적 정책을 통해 구조개혁의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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