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신용카드 정보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여신금융협회가 카드사들로부터 1천억원대 기금을 모아 진행 중인 영세가맹점 IC단말기 교체 사업에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IC단말기 교체 사업자 중 한 곳은 편법으로 계약조건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기도 했다. 여신협회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용역수행 대가를 지급하는 등 부적절하게 사업을 관리해 금감원에서 지적을 받았다.

또 여신협회와 금융위원회 등 당국이 최근 IC단말기 교체 사업자를 기존 3개에서 모든 밴사로 확대했지만, 기존 사업자가 불공정 계약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방침을 밝히는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 1천억대 사업 복마전…업체는 편법·협회는 관리소홀

여신협회가 진행한 IC단말기 교체 사업에서 여러문제점이 노출됐다.

IC단말기 교체 사업은 신용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이후 위험성이 큰 마그네틱 카드를 IC카드로 전면 전환하기 위해 지난 2015년 시작됐다. 당시 사업 운영자로는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와 금융결제원, 한국스마트카드 등 3개 회사가 선정됐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사업자들은 밴 수수료를 시장 가격보다 낮은 40원~53원만 받아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조건으로 사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금감원이 최근 여신협회의 관련 사업 운용 현황을 검사한 결과 계약과 어긋나는 사항을 적발했다.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이하 한신네)는 다른 밴사와 밴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점 수수료를 수취하면서 계약한 금액보다 20원가량 높여 받았다. 밴 수수료를 낮게 받아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는 데 일조하겠다는 선정 조건을 회피했다.

이를 감독해야 할 여신협회는 해당 업체가 우회경로를 통해 계약사항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단말기 설치 용역수행 대금을 지급했다.

여신협회는 또 선정사업자에 10억원의 계약금을 지급하면서 반환 의무의 이행 보증을 위해 보증보험증권을 받아야 하지만, 지난해 수정 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이를 받지 않았다.

금감원은 "한신네의 요청에 따라 계약 내용을 변경하면서 관련 법률검토를 소홀히 해 기존 보증보험증권의 효력이 상실되는 데도 수정계약에 따른 보증보험 징구 등의 조처를 하지 않아 계약금 회수 곤란 위험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사업자 확대에 한신네 반발하기도…풀리지 않는 실타래

금감원은 이런 사항을 적발하고 여신협회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금감원은 해당 업체가 계약사항을 편법으로 우회한 점이 적발된 만큼 계약의 적정성 여부를 재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여신협회는 하지만 올해 초 IC단말기 교체 사업자를 전 밴사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신네 등 문제가 된 사업자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여신협회는 계약과 달리 추가로 받은 밴 대리점 수수료를 카드사에 반환하고, 우회 밴사를 통해 설치한 단말기를 한신네가 직접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꿀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업체인 한신네 측에서도 여신협회의 조치 및 사업자 확대에 반발하는 중이다.

한신네 관계자는 "당초 여신협회가 밝힌 교체 대상 60여만대에는 POS단말기 및 비인증 IC단말기가 모두 포함된 숫자지만 실제 교체 대상에는 POS단말기 등이 제외됐다"며 "POS단말기를 제외하고 보면 기존 사업자들이 절반 가까이 교체했는데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정위에 약식으로 문의한 결과 협회가 제시한 새로운 계약은 사업자에 과도한 의무만 지우는 것으로 불공정 계약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공정위에 정식으로 제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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